2025년 09월 17일(수)

무더운 날씨에 두꺼운 '방화복' 입고 시구한 소방관의 감동적인 선택... 정체 알고 나면 뭉클

영남 지역 산불 진압한 소방관, 방화복 입고 마운드 올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시작 전, 낯익은 야구 유니폼 대신 방화복을 입은 한 남성이 마운드에 섰다. 


'소방가족의 날'을 기념해 시구자로 나선 주인공, 119산불특수대응단 5팀 소속 손용원 소방교였다.


지난 24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재난 현장 일선에서 헌신하는 소방관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소방 가족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현직 소방공무원과 가족, 재난 현장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관의 가족까지 총 1천119명을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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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소방교는 지난 3월 영남 지역 산불 당시 서 있기도 힘든 강풍을 견디며 산불 진압에 힘썼던 대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21년에도 쉬는 날 한밤에 발생한 경북 봉화군 상가 화재를 발견하고, 맨몸으로 노부부 2명 등을 구조하고 불길 확산을 막은 바 있다.


손 소방교의 부친도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때 구조활동을 펼친 현직 소방관이다.


처음 던진 시구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손 소방교는 "오늘 시구하게 된 게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보니까 진짜 쉬운 게 아니더라"며 "너무 긴장됐고, 이런 큰 행사에서 항상 프로 경기를 뛰시는 야구 선수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저희 119산불특수대응단 5팀 팀원분들이 퇴근하고 나서 제 야구 폼을 봐줬다. 제가 거의 땅으로 던져서 다들 표정이 너무 안 좋으셨다. '이거 안 된다. 전국민이 보는 야구에서 이렇게 던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며 "많이 가르쳐 주셔서 오늘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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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도 '방화복 시구' 고집한 감동적인 이유


손 소방교는 "오늘 제 시구가 생중계 됐다. 소방 공무원이다 보니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여긴다"며 "소중한 분들이 저를 본다고 하니, 국민분들이 사주신 옷인 방화복을 입었다"고 밝혔다.


덥고 습한 날씨로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어도 땀이 줄줄나던 이날, 그가 두꺼운 방화복을 시구 의상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그러면서 "국민분들이 사주신 방화복을 입고 안전하게 소방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며 "감사의 의미로 이 옷을 입고 시구를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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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선수단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딱 보자마자 떠오른 단어가 '청춘'인 것 같다. 키도 크시고 건장하시고, 마운드에서 전 국민에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거는 건강인 것 같다. 다치지 말고 오랫동안 좋은 야구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초청은 소방관들의 노고에 평소 각별한 관심을 갖고 그룹 차원의 '소방 가족 마음 돌봄' 지원을 해 온 구단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박정원 회장의 지시로 2017년 시작한 두산그룹의 '소방 가족 마음 돌봄' 프로그램은 순직 소방공무원들의 유가족을 위한 지원 사업이다.


대상자로 선정된 가족들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사회생활 유지를 위한 심리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상 가족 중 미취학 아동에게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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