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05일(월)

"산불 나면 산림청은 '승진'을 해요"... 대형 산불에 엮인 수상한 '미스터리'


"산불 진화 현장에서 목숨 걸고 불과 싸우는 진화대원들에게는 출장비도, 위험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어컨 바람 맞으며 지휘하는 산림청 공무원들은 수당과 출장비를 꼬박꼬박 챙겨요"


지난달 29일 PD수첩은 화만 키운 산불 방지 대책의 역설에 대해 조명했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소장은 산불 상황에 대해 "독특한 게 뭔지 아냐. 산불이 대형이면 담당자들 대부분 승진하고 조직 커지고 예산 늘어난다. '수고했다'는 격려도 받는다. 그런데 소방은? 큰 재난 대응 잘못하면 소방청장 소환된다"고 꼬집었다.


산불이 지나가면 모든 것이 잊히고, 다시 똑같은 재난이 반복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산림청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5~6월 지나면 다 끝났다고 하고 내년, 후년 또 똑같은 산불 당할 거다"라고 경고했다.


MBC 'PD수첩'



산림청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임도(산림도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반복해왔다. 진화헬기와 차량, 소방대원이 드나들려면 길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임도가 있는 지역일수록 오히려 산불 피해가 컸다고 말한다. 그는 "2022년 경북 산불을 분석해보면 피해가 큰 곳들이 임도가 있는 곳이었다. 도로가 없어서 피해가 큰 게 아니라, 도로가 있는 곳이 집중 피해를 받았다"며 "도시에서 빌딩 사이로 바람이 세지듯, 임도도 바람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임도가 불길을 키우는 통로가 된다는 분석이다.


국립공원공단은 물론, 독일 대학 연구진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MBC 'PD수첩'



익명의 전직 산림청 직원은 그럼에도 임도를 계속 만드는 이유에 대해 "임도는 산림경영, 특히 벌채를 위해 필요한다. 대형차가 들어가야 나무를 실을 수 있다. 도로 없으면 좋은 나무 있어도 못 실어 나르지 않냐"고 증언했다.


즉, 임도는 산불 진화를 위한 길이 아니라 '숲 가꾸기'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벌목 작업을 위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산림청 예산 중 '숲 가꾸기'에 2,516억 원, 임도 확충에 2,878억 원이 들어갔다. 반면,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피해 복구 총액은 4,170억 원이었지만 전소된 주택에는 1,600만 원, 반소된 주택에는 800만 원만 지원됐다.


홍석환 교수는 이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 많은 복구비용이 결국 산 속으로 들어갔다. 이 예산은 산주에게 직접 가는 게 아니라, 사업자, 산림법인, 조합으로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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