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의 故 이영승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치료비까지 물어주고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가운데 해당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9월 22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한 '교육활동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 및 물품 분실, 파손 등으로 인한 교사 피해 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1000여명의 교사 중 80.4%는 학생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약간 불안하다'고 응답한 교사도 18.1%로 나타나, 사실상 모든 교사가 학생 안전사고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학생 안전사고 불안감이 교육 활동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82.1%, '다소 위축시키고 있다'는 교사는 17.3%로 나타났다.
실제로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직접 민원을 경험한 적 있다는 교사는 37.8%였으며, 동료 교사가 민원 받은 적 있다는 교사도 45.5%로 집계됐다.
직접 소송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교사는 0.5%, 동료가 소송당한 적 있다는 교사는 13%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실제 관련 사례들도 소개됐다.
A교사 반 학생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복통을 호소했다. 같은 반 학생들은 해당 학생이 전날 과학 전담 교사와의 과학 시간에 자석에 대해 배우던 중 자석을 삼켰다고 알려줬고, A교사는 즉시 학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후 해당 학생이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치료비 중 일부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배상 처리됐다.
하지만 학부모가 'A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따로 치료비를 요구하면서 결국 A교사와 과학 전담 교사가 합의금을 주고 재발방지 각서를 쓴 후에야 학부모 민원이 잦아들었다.
또 다른 B교사는 자신이 담당하던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셔틀콕에 눈이 맞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일가친척까지 대동해 B교사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지속적으로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B교사는 직접 학생 집에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했다.
또한 해당 학부모는 치료비가 공제회에서 지급됐음에도 졸업 이후까지 학교측에 병원 통원에 필요한 교통비를 요구해 교장이 이를 지급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전조교는 "교사 본연의 역할이 수업과 생활교육임에도 지금까지 교사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홀로 감당해 왔다"며 "도대체 교사는 교육활동을 위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며, 언제까지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강요할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소송과 배상, 악성 민원으로부터 안전하고,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국회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안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생안전사고 대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보완하라"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