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해 미국 유엔에 나간 국가정보원 파견 공사들이 현지 운전기사에 5년간 '갑질'을 한 것이 드러났다.
지난 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교관들이 현지 운전기사를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초과 근무 수당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갑질을 벌였다가 미국 법원에서 패소했다.
대사에게만 지급되는 '기사 딸린 차'를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된 공사들이 사적으로 마련해 써 오다 벌어진 일이다.
미국 뉴욕 유엔(UN) 한국대표부에서 일했던 운전기사 한국계 A씨는 지난 2021년 해고당한 후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제기한 소장에는 공사들에게 5년간 겪은 '갑질' 행태가 담겼다.
소장에는 "2018년 3월, 39층 전망의 고급 한식당에서 공사가 지인 여성과 점심 식사를 마치길 기다렸다가 이 여성을 집에 데려다줘야만 했다"라고 적혔다.
또 공사들은 A씨를 친구나 가족의 명품 구입, 골프, 공연 감상에까지 동원하며 마치 개인 집사를 부리듯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초과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법원에 제출된 고용계약서에 따르면 주말과 공휴일에도 불러내면 일해야 하지만 시간외수당은 월 52간까지만 준다고 제한 돼 있다.
이는 명백한 미국 노동법 위반으로 계약을 맺을 때 현지 법을 검토하도록 한 외교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심지어 고용계약은 유엔 한국대표부가 아니라 공사들 개인 명의로 맺어졌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기사 봉급은 모두 국정원 예산으로,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뉴욕 남부지법도 "월급을 현금으로 주면서 임금 기록조차 없었다"며 "미지급 수당 13만 8천 달러 등 19만 달러, 한화로 2억 5천여 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미국 법원은 '갑질'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으며 공사들은 외교관이라는 이유로 소송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와 국정원은 서로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은 "항소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떤 답변도 할 수 없고 공사들 비위에 대해선 조치를 취했다"고 짧은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