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일부 대표팀 선수들의 경솔한 '병역 면제' 자축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부르자, 축구계 일선 지도자들이 일제히 쓴소리를 내놓으며 자성을 촉구했다. 팀을 위한 헌신과 국가대표의 책임감은 사라진 채 개인의 영달과 금전적 보상만 좇는 체육계의 일그러진 단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금메달 획득 직후 일부 선수가 메달을 치켜들며 "군대 안 간다"고 외치거나 "병역 특례만 생각하며 뛰었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체육요원 대체복무 제도의 형평성을 둘러싼 여론이 민감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언행이 공분을 키웠다.
현장 사령탑들은 선수 개인의 실언을 넘어 축구계 전반에 퍼진 개인주의를 문제의 본질로 지목했다.
프로축구 K리그2 A 감독은 "고생해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너무 질타만 받는 부분은 축구 선배로서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발언과 행동들이 너무 경솔했다"고 짚었다. 이어 "요즘 어린 선수들이 자신만 생각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가 축구계에 만연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확 드러났다"며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수로 녹아 있어야 한다. 서로 돕는 게 축구의 기본인데, 요즘 선수들은 팀이 어떻게 되더라도 자기만 생각하고 내 연봉, 내 수당, 내 결과를 중시한다"고 비판했다.
전직 K리그1 B 감독 역시 국가대표의 위상이 실추된 현실을 개탄했다. B 감독은 "우승 후 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정상을 지킨 것에 의미를 두는 선수가 하나도 없더라"며 "한 나라의 국가대표라는 선수들이 팀보다 개인의 이득만 계산했다는 게 씁쓸하다.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한국 축구가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며 "요즘 축구를 보면 일본은 하나의 팀으로 싸우는데 우리는 태극마크고 뭐고 자기 잘나기에 바쁜 11명이 뛴다"고 꼬집었다.
선수 육성 단계부터 팀워크보다 개인 역량 과시에 매몰된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K리그1 C 감독은 "요즘 엘리트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개인 레슨을 많이 받는데, 결국 자기만 돋보이기 위한 기술들"이라며 "기본기를 바탕으로 팀 전체가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익혀야 하는 시기에 겉으로 화려한 드리블과 턴, 개인기 등을 배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의 실력이 늘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런 현상들이 어렸을 때부터 팀의 목표보다 개인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 팀 스포츠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적 수술과 함께 축구계 스스로 품격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D 축구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본질적 목표와 부수적 이득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판단력과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에 실망했다"며 "일부 선수들의 일탈인지, 성적과 보상에 치우친 축구계 문화의 문제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이런 황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 감독은 "병역 특례 제도를 손보는 것까지 일이 커진 것으로 아는데, 축구계도 태극마크의 품위를 높이고 국위선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정적 노력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며 "바뀐 시대에 맞게 제도를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은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