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이웃을 위해 살아 '의령 봉사왕'으로 불린 공도연 할머니가 시신 기증을 마치고 3년 만에 영면에 들었다.
17일 경남 의령군은 공도연 할머니와 남편 고(故) 박효진 할아버지가 지난 14일 진주시 안락공원에서 함께 화장됐다고 밝혔다.
화장을 마친 부부의 유골은 같은 날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나란히 안치됐다. 앞으로 30년간 이곳에 모셔질 예정이다.
공 할머니는 2023년 9월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할머니의 유언대로 시신을 경상국립대 의대에 기증했다.
2022년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박 할아버지 역시 시신을 기증해 대학에 보존돼 있었다. 부부는 떠나는 순간까지 함께 의학 발전을 위한 봉사자로 남았다.
두 사람의 시신은 지난 7월 말까지 의대생 해부학 실습과 교수진 임상 연구에 활용되며 숭고한 소임을 다했다.
공 할머니의 봉사는 가난했던 삶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17살에 천막집으로 시집온 할머니는 끼니조차 잇기 힘든 가난 속에서 남의 집 밭일과 봇짐 장사, 밤샘 뜨개질로 겨우 살림을 일으켰다. 가난의 아픔을 몸소 겪었기에 형편이 조금 나아진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이웃을 돌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아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개량을 도왔다. 1985년에는 주민들의 의료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비로 구입한 땅 225㎡를 군에 기탁해 송산보건진료소를 세우게 했다.
감동한 주민들은 1976년 당시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세워 할머니의 선행에 고마움을 표했다.
할머니의 나눔은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쌈짓돈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이웃을 찾아다녔다. 80세 고령에는 35kg에 불과한 가녀린 몸으로 리어카를 끌며 고물과 나물을 팔아 번 돈마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60여 차례 표창을 받았고, 2020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하지만 할머니의 봉사일기에는 늘 겸손함과 사랑만이 적혀 있었다.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잘살아 보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다면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장녀 박은숙씨는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을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을 돌보듯 정말 많은 사람을 거두고 살았다"며 "사람들이 그런 엄마를 오래 기억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꿈에 엄마와 아버지가 깨끗한 옷을 입고 함께 나왔다. 돌아가시고 2년 넘게 차가운 병원에 계셨는데 이제 마지막 봉사까지 다 마치고 좋은 곳으로 가시는 것 같다"며 "엄마의 10%라도 닮고 싶다. 그것이 엄마의 뜻이라면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남 박해곤씨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에도 자식으로서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며 "이제 두 분이 하실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크다. 이제는 정말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어머니를 기억해준 군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공도연 할머니는 평생 이웃을 위한 나눔을 삶으로 보여주시고 마지막까지 봉사로 삶을 완성하신 분"이라며 "고인이 보여준 한결같은 이웃 사랑은 우리 사회가 오래 기억해야 할 참된 봉사의 모습이다. 의령군민과 함께 그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