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0일(금)

"트럼프의 대이란 작전, 이미 패배로 끝"... 미국서 나온 전문가의 뼈아픈 진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한 대이란 군사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으며, 이는 미국의 심각한 전략적 패착이라는 미국 내 전문가의 뼈아픈 진단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기욤 롱 선임 연구원은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장대한 분노(Epic Fury)는 완벽하게 망했다(Epic Fail)'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은 이란을 공격해 힘을 과시하려 했지만 전쟁은 이미 패배로 끝났다"고 단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이란과의 전쟁은 이미 미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설령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하더라도 미국의 정치적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은 낮다"며 "결국 미국은 이 전쟁으로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상군 없는 정권 교체? "명백한 계산 착오"


롱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공중전에 의존한 정권 교체'라는 허상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지상군 파병 없이 이란 정권 교체를 강행하려는 불가능한 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국력과 철저한 전시 대비 태세도 미국의 계산 착오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F/A-18E 슈퍼 호넷이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 72)의 비행 갑판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롱 연구원은 "인구 9000만명, 영토 크기가 이라크의 4배에 달하는 이란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전쟁에 대비해 왔기 때문에 공중전으로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효과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정밀 타격의 한계를 짚으며 "이란 고위 지도부가 연이어 제거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저항력과 회복력이 뛰어나 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최근 상황은 이란이 지속적인 공격 속에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비상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왔음을 보여준다"며 이란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했음을 꼬집었다.


비대칭 전력에 휘말린 美... "공습이 오히려 역효과"


미국의 일방적인 공습이 이란 내부를 결속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에 항의하는 이란인들 / GettyimagesKorea


롱 연구원은 "이란 지도부에 대한 공습은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부 지지층을 더욱 급진화시키고 사전에 설정된 전쟁 프로토콜을 발동시키는 역효과를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도 미국은 수세에 몰려있다. 이란은 저렴한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붓는 반면, 미국은 이를 요격하기 위해 최대 200배 비싼 무기를 소모해야 하며 그마저도 공급이 제한적이다. 


이를 두고 롱 연구원은 "미국은 이란의 전략이 비대칭 전쟁과 확전 관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함정에 빠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와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철회했을 때 감수해야 할 정치적 손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 걷어찬 외교 성과... "동맹 균열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


명분 없는 개입과 뼈아픈 외교적 기회 상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이란의 드론을 요격한 후 파편으로 인해 산업 구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 GettyimagesKoreea


롱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이 전쟁을 시작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다 해도,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전날, 오만은 이란이 핵분열 물질을 비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획기적인 중재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했던 기존 이란 핵협정(JCPOA)보다 훨씬 더 나아간 양보였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손잡고 공습을 강행하면서 이 역사적 합의는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됐다.


결국 동맹국들과의 신뢰만 금이 갔다. 


롱 연구원은 "이란과의 대규모 충돌이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던 걸프국들은 처음부터 이 전쟁을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보복 위협에 노출된 걸프국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 호위 동참 압박을 받는 나토(NATO)와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 역시 급격히 불편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서 사나에 타카이치(왼쪽)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그는 "분열된 미국의 동맹 관계는 미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현재 상황은 이란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전략적 목표, 즉 걸프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기반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과 걸프 파트너 국가 간의 신뢰가 약해지고 일부 국가가 안보 협력 수준을 낮춘다면 그 자체만으로 이란에게는 상당한 전략적 승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아이러니... "美 패권 무너지는 결정적 순간"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이란에게 '핵무장 명분'을 쥐여줬다는 점이다. 


롱 연구원은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강력한 억지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외교적 제어 장치가 완전히 풀려버렸다는 뜻이다.


지난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장관, 골람 솔레이마니 소장, 이란 해군 프리깃함 IRIS 데나 호의 선원 84명을 위해 열린 합동 장례식 / GettyimagesKorea


그는 "이란이 이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파괴에서 살아남는다면 핵 억지력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 전쟁의 결과는 이란이 막겠다고 공언했던 바로 그 위협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롱 연구원은 기고문 말미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평가했다. 


그는 "'장대한 분노' 작전은 점점 더 처참한 실패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시작된 이 작전은 이번 세기 가장 중대한 전략적 오판 중 하나로 꼽힌다"며 "미국의 패권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결정적인 순간이 기록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