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0일(금)

'울산 일가족 사망' 30대 가장, 아내 수감 후 홀로 네 자녀 키워... 생활고에도 '수급 신청' 거부

울산 울주군에서 30대 남성과 4명의 미성년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서 이들 가족이 복지 당국의 집중 관리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거부해 비극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48분께 울주군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가장 A씨와 4명의 자녀들은 지난해 3월부터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포착돼 복지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대상이었다.


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 지난 18일 이곳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2026.3.19 / 뉴스1


A씨는 지난해 생활고로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12월까지 긴급 생계·주거지원비 806만원과 각종 생필품, 식료품 등을 지원받으며 생활을 이어갔다.


복지 지원을 통해 가정이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지난해 12월 무렵 상황이 급변했다. 보험사에서 일하던 아내가 범죄에 연루돼 교정 시설에 수감되면서 A씨는 별다른 수입 없이 생후 5개월 영아를 포함한 4명의 자녀를 홀로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둘째와 셋째 딸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인근 어린이집에 맡겼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맏딸도 하교 후 어린이집에서 돌봤다. 하지만 생후 5개월인 막내아들은 A씨가 직접 돌봐야 했다.


육아와 생계 부담을 동시에 짊어진 A씨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결국 간헐적으로 나가던 일용직 일자리마저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매월 지급되는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 140만원뿐이었다. 5인 가구의 생활비와 월 60만원의 임대료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제적 궁핍은 일상생활에서도 드러났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외상으로 생필품을 구매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편의점 사장은 연합뉴스에 "3~4개월 전부터 10만원, 12만원씩 과자와 라면 같은 생필품을 잔뜩 외상으로 산 뒤 다음 달에 갚곤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종종 아이들 손을 잡고 오곤 했는데, 애들은 올 때마다 인사도 잘하고 명랑했다"며 "열흘쯤 전에 아바 혼자 와서 과자를 17만 원어치나 사 갔는데, 그게 아이들이 먹는 마지막 간식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물을 보였다.


건강보험료 100여만원이 체납되는 등 위기 신호가 다시 감지되자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지난달부터 수차례 A씨 가정을 방문해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족 지원 신청을 권유했다. 하지만 복지제도의 '신청주의' 원칙이 걸림돌이 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복지 지원을 받으려면 당사자가 직접 신청서를 작성하고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하지만, A씨는 매번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담을 위해 방문한 담당자들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아이들 밥 주고 나갈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수급자가 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물품 지원은 받으면서도 근본적 해결책인 수급 신청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를 몰라서 지원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신청 의사가 있어야만 지원이 가능한 법적 한계 때문이었다"며 "명확한 위기 상황에서는 당사자 신청 없이도 자동으로 지원을 연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가 설득 작업을 진행하던 중 비극이 발생한 만큼, 위기 상황 발생 시 공공기관이 즉각 개입해 지원 체계를 가동할 수 있는 법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