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8만달러 선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시장에서는 6만달러대 재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방 압력이 강해지자 거래도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분명 '다른 부분'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대금 감소 흐름이 이어지며 좀처럼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하락장 속에서도 굳건한 거래량을 유지하는 반면, 국내 시장은 속절 없이 무너지는 모습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도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규제가 계속되면서 국내 산업 참가자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계가 가장 답답해하는 대목은 제도화 속도입니다. 이용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1단계 법 시행 이후, 거래·공시·상장 심사 등 시장 전반의 틀을 다루는 이른바 '2단계 입법'은 논의만 이어질 뿐 구체적인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말 설명자료에서 2단계 법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며 보도에 신중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률로 정해진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유권해석과 가이드라인 중심의 관리가 반복되다 보니, 사실상의 '그림자 규제'가 쌓이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보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 급급해진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업계의 이런 하소연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거래 구조의 격차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합니다.
코인게코(CoinGecko)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현물 거래량은 3618억달러(한화 약 524조 1천억원)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달 바이낸스의 현물 시장 세계 점유율은 38.3%에 달했습니다. 국내 원화 거래소인 업비트 비중은 약 4% 수준으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업비트의 12월 현물 거래량은 약 380억달러(약 55조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격차는 파생상품(선물 거래) 시장까지 포함하면 더 벌어집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위 10개 선물(퍼페추얼) 거래소의 거래 규모는 5조 3천억달러(약 7,678조 6400억원)였습니다. 같은 자료에서 바이낸스의 선물 시장 점유율은 31%로 확인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2월 바이낸스의 선물 거래량은 1조 6천억달러(2,318조원)대에 이릅니다. 국내 현물 시장과 비교하면 수십 배 차이가 나는 구조입니다.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지점은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거래가 유지되는 구조"의 유무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는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가 제도권 안에서 이뤄지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구간에서도 헤지나 양방향 거래가 가능하다"며 "반면 국내는 현물 중심 시장이라 하락장이 오면 거래 자체가 급격히 위축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매도 포지션이나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제도적으로 그런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결국 가격이 내려가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장기적으로 거래와 수익이 해외로 이전되는, 이른바 '국부 유출'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해외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숏'이라 불리는 공매도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동안, 현물만 거래할 수 있는 국내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더해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옮기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시장 참여자들의 수수료 수익도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도 덩달아 나타나는 실정입니다.
정책 불확실성도 시장의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이른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두고 정치권과 당국의 시각 차이가 크고, 특히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핵심 쟁점에서 조율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하되, 시장이 해외와 같은 규칙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거래의 무게중심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국내 투자자들도 위험관리 수단과 공정한 접근권을 갖춘 '같은 경기장'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화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