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4년 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경영 정상화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짚어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철동 사장 체제에서 추진해 온 사업 구조 전환이 손익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번 실적 반등의 성격을 놓고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28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로 25조 8101억 원, 영업이익 517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5606억원의 영업손실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수치입니다.
회사는 OLED 중심의 사업 구조 고도화와 원가 구조 혁신, 운영 효율화의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매출은 전년보다 줄었습니다. 외형 성장은 멈춘 가운데 손익만 개선된 구조입니다.
이번 흑자 전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대형 LCD 사업 철수가 꼽힙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며 LCD 패널 생산에서 사실상 손을 뗐습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을 정리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매출 기반 자체를 축소한 결정이기도 합니다.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판매 확대에 따른 수익 개선이라기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접은 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정 사장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밀어온 OLED 중심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됩니다. OLED 매출 비중은 60%를 넘어서며 체질 전환이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특정 제품군'에 집중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TV와 모바일, IT 기기 수요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 역시 확인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는 않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OLED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고, TV와 스마트폰 시장은 팬데믹 이후 구조적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OLED 의존도를 더 높인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회사에 득이 될지는 아직 판단이 어렵습니다.
이번 실적 개선이 시장 경쟁력 회복의 결과인지, 비용 구조 조정의 결과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TV·IT 패널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이나 신규 고객 확대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효과가 일단락되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 절감에 기댄 실적 개선은 일정 시점 이후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라는 분석입니다.
재무 구조 역시 완전히 안심할 단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개선됐지만, 수년간 누적된 적자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OLED 설비 투자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금 창출력이 안정되지 않으면 투자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 사장 체제에 대한 평가도 갈립니다. LCD 철수와 사업 구조 재편으로 단기 손익을 끌어올린 점은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성장 기반을 줄였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구조조정이 성과로 이어졌지만 성장 전략이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뼈아픈 평가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과제가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적자 탈출은 경영 정상화의 출발선일 뿐, 기업 가치 회복의 종착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OLED 중심 구조가 경기 변동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기술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향후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지난해 부회장 승진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아직' 유보됐다는 점에서 올해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적자를 끊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구조조정으로 만든 흑자인지, 경쟁력 회복으로 만든 흑자인지는 앞으로의 성과가 답을 대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사장 체제에 대한 평가는 단기 성적표보다, 이번 흑자가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평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