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에서 아이스하키와 스켈레톤은 오랫동안 '설움'이 먼저 떠오르던 종목이었습니다. 장비값이 실력보다 먼저 선수를 가르는 종목, 관심이 없으니 선수층이 얇아지고 선수층이 얇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종목이었습니다. '불모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 불모지에 10년 넘게 돈과 시간을 들인 기업이 있습니다. 인화(人和)'의 LG입니다. LG는 2015년부터 스켈레톤 종목을, 2016년부터는 아이스하키 종목을 후원했습니다. 기업 후원이 올림픽 시즌에 맞춰 '한 번 반짝'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LG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크지 않을 때 시작했고, 주목받을 성적이 나오지 않던 시기에도 지원을 계속했습니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LG가 반복해 온 말은 '미래 육성'입니다. 이 표현은 주로 사업과 인재 이야기에서 쓰여 왔지만, 스포츠 후원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인 대표팀만이 아니라 남·녀·청소년 대표팀을 함께 묶어 지원했고, 선수들이 실제로 훈련하는 공간까지 챙겼습니다. 장비보관실과 라커룸, 선수대기실에는 가전제품이 들어갔고, 전술 훈련을 위한 디스플레이 장비도 마련됐습니다. 로고만 달아주는 후원이 아니라, 하루하루 진짜 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스켈레톤은 비인기 종목답게(?) 훈련에 필요한 비용이 상당합니다. 스켈레톤 썰매 한 대 가격은 1500만원 수준이고, 유니폼은 체형에 맞춰 특수제작을 해야합니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깡깡' 언 얼음이 필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해외 전지훈련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은 아이스하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수 제작 스케이트가 300만원, 보호구가 500만원, 스틱은 개당 40만~50만원인데 파손이 잦아 교체가 필수입니다. 선수 1명이 쓰는 장비 비용만 1000만원 안팎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부담을 선수 개인이 대부분 떠맡아야 하기에 유망주가 종목을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선수층은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더 얇아집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종목은 최근 좋은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호성적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배경을 두고 "LG의 장기 투자 덕분에 종목 성적이 궤도에 올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승기 선수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IBSF 월드컵 3차 대회에서 3위에 올랐습니다. 허리 부상으로 하반신 마비 증상까지 겪었다가 재활 끝에 메달을 따낸 장면은, 이 종목이 가진 고단함과 회복력을 함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IIHF 남자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출전도 확정지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의 시간표가 가까워질수록,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기대감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질문도 생겨납니다.
"이 종목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어떤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나"라는 질문입니다. 재능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모지에서 빠져나오려면, 잘하는 선수 몇 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선수들이 중간에 그만두지 않게 붙잡아 주는 환경이 먼저 필요합니다.
LG의 장기 후원 속에서 아이스하키와 스켈레톤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쌓아 왔습니다. 예전에는 대표팀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과제였던 종목들입니다. 비인기 종목에 꾸준히 투자한 구 회장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밀라노에서 곧 드러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