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사업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 속에서도 임원들에게 강한 위기의식을 주문하며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단기 실적 반등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리지 않으면 회복 국면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주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약 2천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숫자가 나아졌다고 방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부진 국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번 실적 개선을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등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임원들과 공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회장은 불안정한 실적 흐름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단기 성과가 아니라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는 메시지입니다.
이번 교육 과정에서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도 다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2007년 "중국은 추격하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처지"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이 이를 다시 꺼낸 것은 당시보다 경쟁 환경이 더 복잡해졌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까지 겹치면서 삼성의 전략 선택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 회장은 복합적인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인공지능(AI) 중심 경영을 통한 미래 시장 선점', '초격차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인재 확보',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 반등 흐름을 놓치면 재도약의 발판을 다시 만들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임원들에게 단순한 관리 역할이 아니라 현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행력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삼성인력개발원 주관으로 조직 관리와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마련됐습니다. 참석 임원들에게는 '위기를 넘어 재도약으로'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역전에 능한 삼성인'을 강조했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성과로 재도약을 증명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은 2016년 이후 중단됐던 전 계열사 임원 대상 세미나를 지난해부터 다시 열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의 내부 기강을 다지고, '삼성다움'의 가치를 재정립하려는 행보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