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이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위치한 직장 어린이집을 폐원하고, 인근 롯데마트 직장 어린이집과 통합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롯데그룹이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로 방향을 선회한 가운데, 호텔롯데 역시 비용 구조 전반을 재점검하는 국면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최근 '롯데호텔 어린이집'에 대한 폐원 신고를 완료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오는 3월부터 롯데마트 직장 어린이집과 통합돼 공동 운영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입니다.
롯데호텔 어린이집은 2003년 개원한 시설로, 임직원의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호텔업계 최초로 문을 열었습니다. 총 195㎡(약 59평) 규모로, 최대 35~40명의 원아를 수용할 수 있는 직장 보육 시설이었습니다.
10~30대들이 자주 몰리는 '송리단길' 한 가운데 위치한 덕분에 대중들의 인식에도 깊게 각인된 어린이집입니다. 오며가며 "롯데 직원들의 아이들을 이곳에서 돌봐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컸던 내부 복지 시설이 통폐합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운영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측은 보육 환경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지속적인 원아 감소가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출산율 감소, 신규 채용 감소 현상을 고려하면 회사 측의 입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롯데호텔 어린이집은 롯데마트 어린이집과 통폐합해 규모를 키우고 공동 운영됩니다. 프로그램과 지원 규모가 확대됩니다.
이번 조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전반에 주문한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신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6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사장단에게 "매출 중심의 외형 성장이 아니라, 수익성과 효율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신 회장은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핵심 지표로 삼아 투자와 비용 집행 전반을 재점검할 것을 주문하며, 수익성 기반 경영 전환과 신속한 의사결정, 업의 본질에 대한 집중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호텔롯데의 이번 결정은 이 같은 기조가 계열사 단위에서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내려온 사례로 읽힙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내에서도 자산 규모가 큰 핵심 계열사입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유 유형자산만 12조원을 넘습니다. 정호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호텔롯데는 고정비 구조를 손질하고 자산 활용 효율을 높이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1조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2억원에서 762억원으로 1년 새 160% 넘게 늘었습니다.
다만 실적 반등에도 긴축 기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롯데렌탈 지분 56.2%를 9790억원에 매각하며 대규모 자산 유동화에 나섰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L7 홍대'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2650억원에 넘기고,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 경량화를 추진했습니다.
인력 구조조정도 병행됐습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과 인력 재배치를 실시했습니다. 분기보고서 기준 지난해 3분기 말 호텔롯데 직원 수는 462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명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호텔사업부 인력만 267명이 감소해 전체 감원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어린이집 통폐합을 호텔롯데의 비용 효율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복지와 운영 구조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가 단기간에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복지 시설조차 예외가 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롯데호텔의 긴축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