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NH농협은행 '희망퇴직' 단행에 446명 짐싸서 나가기로... "은행원 김부장 눈물"

"돈은 가장 많이 벌지만, 사람은 가장 먼저 줄이는 산업"


국내 은행사들을 두고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국민은행은 물론 신한·하나·우리 그리고 NH농협은행의 인력 줄이기 움직임에 비판이 나옵니다. 


사상 최대 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은행 창구 안쪽 풍경은 정반대입니다.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40대 직원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포함시키며, 은행권 구조조정이 사실상 연례행사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달 실시한 2025년도 희망퇴직 결과, 최종 대상자는 446명으로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391명보다 무려 14% 늘어난 규모입니다. 2022년 372명, 2023년 391명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입니다. 실적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인력 감축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임금피크에 진입하는 1969년생 직원에게는 평균임금의 28개월치를, 근속 10년 이상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에게는 평균임금의 20개월치를 지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특히 만 40세 이상 직원까지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희망퇴직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조직 구조 자체를 다시 짜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과거 베이비붐 세대 채용 규모가 컸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적과 무관하게 인력은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농협은행이 포문을 열자 다른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대상은 근속 15년 이상이면서 1985년 이전 출생한 직원으로, 부지점장 이상 관리자뿐 아니라 4급 이하 직원과 리테일 서비스 인력까지 포함됐습니다. 특별퇴직금은 월 기본급 기준 7개월에서 최대 31개월치가 지급되며, 퇴직일은 내년 1월 2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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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역시 올해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하며 근속 15년 이상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은행권 전반에서 희망퇴직 기준 연령이 50대에서 40대로 내려온 셈입니다. '정년 전 퇴직'이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경로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노사 간 이해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노조 측에서도 희망퇴직 연령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회사가 이를 수용한 측면이 있다는 논리입니다. 좋은 희망퇴직 조건이 나오면 빠르게 회사를 나와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직원 수요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은 다릅니다.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비대면 금융 확산에 맞춰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는 목표가 더 확고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숫자 역시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7만1548명으로, 1년 전보다 1077명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영업점 수는 3920곳에서 3759곳으로 161곳 감소했습니다. 모바일 뱅킹과 비대면 거래 확대가 점포 통폐합과 인력 감축으로 직결되고 있는 셈입니다.


인사이트 


올해 상반기까지 KB국민은행 647명, 신한은행 541명, 우리은행 429명, 하나은행 263명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만 1880명이 희망퇴직했습니다. 여기에 연말 농협은행 희망퇴직자와 수협은행 등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2000명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퇴직금 규모입니다.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쳐 1인당 5억원 중반대에 이르는 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은행의 '2024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희망퇴직자 1인당 평균 특별퇴직금은 3억5027만원이었습니다. 실적은 최고, 보상도 최고 수준이지만, 그만큼 '조직 밖으로 밀려나는 속도' 역시 가장 빠른 산업이 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역대급 실적과 대규모 희망퇴직이 동시에 반복되는 구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은행권 스스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