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과 무단 소액결제 피해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KT가 이달 말 전 직원에게 1인당 1천만원 안팎의 성과배분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입니다. 고객 정보 유출과 조사 방해 의혹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보너스가 지급되는 만큼 시기와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별도 손익계산서 기준 올해 1∼3분기 영업이익 1조3441억원 가운데 10% 수준인 1344억원을 성과배분 재원으로 적립해 두고, 이를 현 임직원 1만4000여 명에게 균등 배분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회사가 산정한 1인당 지급액은 957만6090원으로 사실상 1천만원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된 1인당 성과배분금 662만3700원과 비교하면 44.6%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 제도는 2021년 노사가 합의해 도입한 성과배분 체계입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의 10%를 떼어 현금이나 주식으로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KT는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례적인 제도 시행이라는 입장입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전 직원 기본급 3% 인상과 일시금 300만원 지급, 승진·복지 제도 개선 등도 함께 결정된 바 있습니다.
다만 성과배분금이 크게 늘어난 배경을 놓고서는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네트워크와 지원 부문을 중심으로 명예퇴직 신청자 2800명, 자회사 전출 인원 1700여 명 등 약 4500명 규모의 인력 조정을 단행했습니다. 본사 기준으로 20%가 넘는 인원이 줄어든 셈입니다.
영업이익에서 떼어내는 성과배분 재원 비율이 동일하다면, 이 재원을 나눠 받는 인원이 줄어들수록 1인당 지급액은 커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전년 대비 1인당 성과급이 40% 이상 증가한 것을 두고, 실적 개선뿐 아니라 인력 감소 효과도 적지 않게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KT가 처해 있는 대외 환경을 고려할 때 보너스 지급 시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옵니다. KT는 최근 몇 달간 무단 소액결제와 해킹 피해 사건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태입니다. 지난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경기 광명시 소하동·하안동, 서울 금천구, 경기 부천시 일대에서는 새벽 시간대 다수 시민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 상품권 구매나 교통카드 결제 등 수십만원씩이 빠져나가는 피해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은 기지국 신호를 가로챌 수 있는 장비인 펨토셀을 차량에 싣고 이동하며 범행을 저지른 중국인 등을 검거해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된 상태입니다. 수사당국은 확보한 장비를 토대로 범행 수법을 검증하는 한편, 상선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가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정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증거를 은닉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배당됐고, 수사팀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성남 판교와 서울 방배동에 있는 KT 사옥 등 3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오후 5시 15분쯤에야 끝이 났습니다.
KT 정보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황태선 정보보안실장은 현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입니다. 고객 정보 보호와 보안 관리의 책임을 지는 조직이 수사선상에 오른 만큼, 사고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통신업은 국가가 인허가와 규제를 통해 시장 구조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산업입니다. 사실상 소수 사업자가 대부분 국민의 통신과 데이터 서비스를 맡고 있는 만큼, 고객 정보 보호와 사고 대응, 재발 방지 체계는 기업 신뢰의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보너스 지급이 이뤄지자, 일각에서는 피해 고객 보상과 책임 정리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옵니다.
반면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성과배분이 이뤄지는 만큼, 예정대로 구성원이 지급받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최근 통신 산업의 성장 정체와 인력 감축 등으로 내부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보상 축소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