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숏폼 탭' 개편으로 이용자 반발에 휘말린 사이, 토스가 새 숏폼 기반 광고 플랫폼을 준비하며 플랫폼 경쟁의 새로운 전선을 열고 있습니다. 금융에서 출발한 토스가 콘텐츠와 광고 시장으로 확장하고, 메신저에서 출발한 카카오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입니다.
최근 빅테크 업계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17일 '토스 스트림(Toss Stream)'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광고게시판 임대업, 애플리케이션 내 광고공간 제공업이 포함돼 있으며 기존 '토스애즈(Toss Ads)'를 넘어선 피드형 광고 플랫폼 진출이 예상됩니다. 업계는 '스트림(Stream)'이라는 단어가 연속적 영상 콘텐츠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토스가 숏폼형 광고·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토스의 가입자 수는 3,000만 명,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집니다. 금융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송금·투자·보험·쇼핑 등으로 이미 생활 전반에 걸친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여기에 영상형 콘텐츠가 결합된다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면서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설계할 경우, 단순 광고보다 훨씬 정교한 소비 유도가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카카오의 혼란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9월 말 'if(kakao)25' 행사에서 메신저 카카오톡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친구 목록에 피드형 게시물을 결합하고, 별도의 숏폼 영상 탭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메신저가 SNS로 바뀌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카카오는 결국 업데이트를 단행한 지 며칠 만에 "기존 구조로 새로이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노출 확대를 위한 구조 변경이 '진짜 목적' 아니었냐는 지적에 명확한 반박을 하지 못하면서 브랜드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개편을 주도한 인물이 토스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토스뱅크 초대 대표를 지낸 홍민택 카카오 CPO(최고제품책임자)는 이번 개편을 총괄했습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거세지면서 "토스식 탑다운 문화가 카카오를 교란시켰다"는 비판이 사내외 커뮤니티에서 퍼졌습니다.
급기야 일부 직원은 "조직이 홍 CPO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끌려다닌다"는 불만을 제기했고, "토스 출신 인력의 특혜 채용"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 1일, 이승건 토스 대표는 자신의 SNS에 "토스답게 일하는 문화"를 강조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토스답게 일한다는 것은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직접 책임자)가 실무에서 회사를 대표해 결정을 내리는 문화"라며 "임원의 강한 의견만 존재한다면 이는 악성 탑다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토스는)누군가의 결정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조롱하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다"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토스다운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카카오 내부 비판을 의식한 간접 대응"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탑다운'과 '조롱'이라는 단어가 카카오 내부 비판 글에서 그대로 등장한 만큼, 사실상 토스의 문화가 '악성 탑다운'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선을 그은 것으로 보입니다. 홍 CPO가 토스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더 시선이 쏠렸습니다.
이 대표의 글이 주목받는 이유는, 토스가 숏폼 시장에 진입하며 카카오의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의 경쟁은 이미 법정으로 번졌습니다. 토스는 지난 7월 카카오가 자사 리워드 광고 링크를 '신뢰할 수 없는 페이지'로 표시해 노출을 제한했다며, 카카오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습니다. 토스는 "카카오가 경쟁사 광고를 의도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했고, 카카오는 "스팸 신고 누적에 따른 자동조치"라고 반박했습니다. 국내 주요 플랫폼 간 첫 형사 공방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카카오와 토스의 싸움은 단순히 '숏폼 탭' 논란이나 '신규 서비스 경쟁'을 뛰어넘습니다. 금융 데이터와 메신저 네트워크, 두 축이 광고·콘텐츠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 구조입니다.
카카오는 방대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광고 노출형 전략을, 토스는 데이터 기반 개인화 광고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ICT업계 관계자는 "토스는 속도와 혁신으로, 카카오는 네트워크와 이용자 습관으로 싸우고 있다"며 "결국 이번 전쟁은 누가 더 오래 머물게 하느냐, 누가 더 신뢰받는 플랫폼이 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