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반격’이 완성된 밤, 한화이글스 김서현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전광판에는 경기 종료 직후, 모자를 벗은 채 눈가를 훔치는 김서현의 얼굴이 비쳤습니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둔 날, 그는 웃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울었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김서현은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졌습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고, 팀의 흐름을 끊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회 초, 1대 2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또 실점하며 경기를 흔들었습니다. 또다시 '그 장면'이 반복될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8회말 타선이 폭발하며 6점을 뽑았고, 김서현은 9회 무실점으로 스스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수차례 무너졌던 마운드 위에서, 마침내 버텨냈습니다.
경기 후 덕아웃으로 내려온 김서현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팀 동료들은 등을 두드렸고, 팬들은 박수로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제야 그의 눈이 붉어졌습니다. '실패한 투수'가 아닌, '다시 일어선 투수'로 불릴 수 있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포스트시즌에 오고난 뒤 안 좋은 얘기를 계속 많이 듣고, 공격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엔 한 시즌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