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목)

"북한 평양에 산다" 거짓말까지... 아이 버린 '코피노' 한국인 아빠들의 도피 행각

필리핀 현지 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아동들의 양육비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온 시민단체가 코피노 아동과 그들의 한국인 아버지 얼굴을 직접 공개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선 것입니다.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 구 배드파더스)의 활동가 구본창씨는 지난 23일과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러 장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구씨는 "2010년 출생한 딸, 2014년 출생한 아들, 2018년 출생한 딸을 두고 한국으로 떠난 아빠들을 찾는다"는 글과 함께 해당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양해들'에서 공개한 한국인 친부의 사진 / SNS 캡처


특히 2018년생 코피노 아동의 경우 병원비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구씨는 전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인 아버지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부 한국인 남성들이 보인 기만적인 행동입니다.


구씨에 따르면, 현재 연락이 두절된 한 아버지는 필리핀 현지 여성에게 자신의 거주지를 '북한 평양'이라고 거짓으로 알려준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이 남성은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 현지 여성을 임신시킨 후 사실상 도피하면서 이같은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씨는 "수년간 연락을 차단한 아빠를 찾으려면 여권번호 혹은 한국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하는데, (필리핀 여성과) 동거 시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감춘 아빠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신상정보를 숨겼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구씨가 코피노 아동과 친부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후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는 법적 위험이 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씨는 '아이를 필리핀에 두고 온 사실을 알리는 건 사생활 침해이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구씨는 "변호사에게 문의한 결과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판사 판단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진퇴양난인 상황"이라며 자신의 고충을 드러냈습니다.


구본창씨는 2014년부터 필리핀 현지에서 코피노 아동들과 친모들의 양육비 청구 소송을 지원해온 인물입니다.


2018년부터는 '배드파더스'라는 온라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구씨는 2019년 5월 신상이 공개된 양육비 미지급 부모 5명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구씨는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구씨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 면이 있다"면서도 "사적 제재로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