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당시 실종됐던 6세 소녀가 1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마이니치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이날 미야기현 경찰은 14년 전 이와테현 야마다마을에 살던 6세 소녀 야마네 나츠세(山根捺星)의 유해를 가족에게 인도했습니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을 때, 할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던 나츠세는 피난소로 향하던 중 쓰나미에 휩쓸렸습니다.
지진 당시 큰 화재가 발생해 외출 중이던 가족들은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할머니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나츠세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실종된 2,500명 중 한 명으로 남았습니다.
가족들은 6개월 동안 보호소와 시신 안치소 등을 찾아다녔지만, 나츠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지방정부에 사망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매년 6월 나츠세의 생일 때마다 집 제단에 생일 케이크를 올리며 그녀를 기억했습니다.
기적은 2023년 2월 일어났습니다. 해안 청소 자원봉사에 참여한 건설 노동자가 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작은 뼛조각들을 발견했고, 이게 나츠세의 유해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 유해는 나츠세가 실종된 곳에서 약 100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지난 9일 미야기현 경찰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과 치아 감정을 통해 이 유해가 나츠세 양임을 확인했습니다.
턱뼈 일부와 치아 몇 개가 포함된 나츠세의 유해는 10월 16일 어머니 치유미씨(49)와 아버지 토모노리씨(52세), 그리고 오빠 다이야씨(26)에게 전달됐습니다.
작은 항아리에 담긴 딸의 유해를 받아 든 치유미씨는 "'엄마'라고 부르는 나츠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우리 네 식구가 다시 같이 사는 것 같다.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아버지 토모노리씨는 "딸이 가장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를 먹일 수 있게 해줄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습니다.
지진 당시 손녀의 손을 놓친 것을 평생 후회해 온 나츠세의 할머니도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치유미 씨는 연신 유골함을 쓰다듬으며 "잘 돌아왔구나. 다시 와줘서 고마워. 정말 애썼어"라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녀의 마음이 건설 노동자에게 전달된 것 같다", "마치 부모님께 효도하려는 것처럼,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동일본 대지진은 약 2만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낳은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입니다. 현재까지도 2,500여 명이 실종 상태로 남아있어 많은 가족들이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