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수)

주가조작 혐의 무죄받은 '카카오' 김범수... 법정 출두 때 보였던 '자신감' 신호는

2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그동안 법정에 설 때마다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이날만은 달랐습니다. 그는 아무런 가림도 없이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투병으로 야윈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표정에는 오히려 단호한 평정이 서려 있었습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법정에 출두할 때 모습 / 뉴스1


김 위원장은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처절한 완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재판부의 판결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었지만, 판결 그 자체보다 눈길을 끈 것은 김 위원장의 얼굴이었습니다.


오랜 암 투병으로 건강이 악화돼 법정 출두 때마다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어던진 그의 결기가 눈길이 갔습니다. "숨지 않겠다", "당당히 맞서겠다"는 메시지가 묻어났습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고, 또 어떤 설왕설래를 이끌어낼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 앞에 선 것입니다.


검찰의 구형이 있던 날, 김 위원장 모습 / 뉴스1


그 선택은 단순한 복장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진실에 대한 확신이자 결연함으로 여겨집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카카오의 '철저히 뒤로 물러난 창업자'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달랐습니다. 아프고 지쳐 보였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그는 짧게 고개를 숙였을 뿐, 그 어떤 감정도 과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기자들에게 "카카오에 드리워진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만 짧게 말했습니다.


할 말이 많았을 테지만,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언급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는 그룹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그 순간, 그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표정은 분명했습니다.


국회에 나갔던 날 모습 / 뉴스1


오늘 마스크를 벗은 김 위원장의 얼굴은 "법이 모든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읽힙니다. 그 자신감은 오랜 투병의 흔적 위에 얹힌, 기업가의 책임감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결단이었습니다.


시세조종 혐의라는 무거운 굴레를 벗은 만큼, 그가 강조해온 '상생과 윤리경영'이 다시금 주목받을 전망입니다.


무죄를 받은 뒤 기자들 앞에 섰을 때 모습 /뉴스1


그가 직접 나서 카카오의 구조를 손보며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힌 지 불과 1년 남짓. 그 약속이 이번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경영 일선 복귀에 대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정해진 게 없다"라며 "당분간은 치료와 회복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