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목)

'침팬지 어머니' 제인 구달 박사 별세... 향년 91세

침팬지 연구의 선구자, 제인 구달 박사 별세


세계적인 침팬지 행동 연구 권위자이자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 박사가 지난 1일 91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동물의 옹호자이자 유명한 침팬지 연구자로 기억될 제인 구달 박사가 자연적인 원인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동물행동학자로서 그녀의 발견은 과학을 혁신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구달 박사는 최근 미국 강연 투어 중이었으며, 별세 당시 캘리포니아주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ettyimagesKorea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구달 박사는 1934년 런던에서 사업가 아버지와 소설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야생 동물 이야기책을 즐겨 읽었던 그는 언젠가 아프리카에 가서 타잔처럼 동물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당시 그에게는 '주빌리(Jubilee)'라는 이름의 침팬지 봉제 인형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했습니다.


1957년, 어린 시절 친구의 초대로 케냐를 방문하게 된 구달 박사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 여행에서 그는 나이로비 박물관에서 고생물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YouTube 'Jane Goodall Institute of Canada'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리키 박사는 구달 박사에게 자연사 박물관의 일자리를 제안했고, 이후 야생 침팬지 연구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던 구달 박사에게 리키 박사는 오히려 선입견 없는 순수한 관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달 박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1960년대 초엔 많은 과학자가 오직 인간만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면서 "나는 인간만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침팬지 연구를 통한 혁신적 발견


리키 박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침팬지 연구에 뛰어든 구달 박사는 1960년 탄자니아 곰베 스트림 국립공원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고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등 인류학과 동물행동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문적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GettyimagesKorea


그는 훗날 연필과 노트만 들고 숲을 혼자 돌아다녔고, 램프 아래서 관찰 노트를 작성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발견은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영장류학을 혁신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고기를 매우 즐겨 먹는다는 사실과 가족 간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다는 점 등을 밝혀냈습니다. 침팬지와 가족처럼 어울려 사는 그의 모습은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애칭을 얻게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1960년대에 야생에서 침팬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발견한 것들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서구 세계의 위대한 과학적 성취 중 하나'로 불린다"고 전했습니다.


구달 박사가 가장 애정을 가졌던 침팬지는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David Greybeard)'였습니다. 털이 희끗희끗한 이 수컷 침팬지는 구달 박사가 내민 바나나를 처음으로 받아간 야생 침팬지였습니다.


YouTube 'Jane Goodall Institute of Canada'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로써 침팬지는 그를 공동체 안으로 받아들였고, 구달 박사와 야생 동물과의 관계가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 보호와 동물 권리를 위한 평생의 헌신


구달 박사는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 및 다른 야생 동물들의 실태를 알리고 서식지 보호와 처우 개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는 자신의 세계적 명성을 활용해 개체수가 감소하는 위기에 처한 침팬지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고, 더 나아가 환경 파괴의 위험에도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습니다.


GettyimagesKorea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유엔 평화 대사로 임명되었고, 2004년에는 대영 제국 훈장, 2006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습니다. 또한 올해 1월 4일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그는 인간이 침팬지를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의 서식지와 지구 전체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하기 위한 여정을 전 세계에서 이끌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