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폐암 권위자, 자신의 폐암 투병 사실 공개
세계적인 폐암 권위자가 3년째 폐암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과대학 암센터의 폐암 연구소를 이끄는 로스 카미지(58) 박사는 이달 초 자신의 폐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카미지 박사는 "폐암 환자 수천 명을 진료해 온 전문의로서 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저게 폐암이라는 것을요"라고 말했습니다.
카미지 박사는 콜로라도 의과대학에서 20여 년간 연구하며 40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한 폐암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그는 주로 폐암 치료와 관련한 표적 치료제의 개발 및 상용화에 자신의 경력을 바쳐왔습니다.
미국 CBS 뉴스 등에 따르면, 카미지 박사는 2022년 6월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이 사실을 가족과 소수의 동료를 제외하고는 줄곧 비밀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새로운 항암 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연구의 토대가 되기도 한 자신의 폐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폐암 전문가가 경험한 초기 증상과 진단 과정
카미지 박사의 폐암은 사소한 증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콜로라도대 의과대학 홈페이지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숨을 내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음'과 허리 통증을 느꼈지만 처음에는 "헬스장에서 무리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몇 주 후 주치의를 찾은 카미지 박사는 "제가 폐암 전문의입니다만, 흉부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했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띄운 그는 한눈에 폐암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양쪽 폐와 뼈에 침전물이 쌓여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어진 각종 검사를 통해 4기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진단받은 병명은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매진해 온 유형 중 하나였습니다.
카미지 박사는 "단순히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근육이 당기는 증상만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폐암 전문가의 투병 과정과 긍정적 메시지
카미지 박사는 자신의 동료인 콜로라도대 의과대학 암센터의 테하스 파틸 박사에게 자신의 주치의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는 표적 치료제를 매일 복용하는 화학 요법을 12주 동안 진행한 뒤 방사선 요법을 이어갔습니다.
이듬해에는 매일 약을 복용하고 90일마다 뇌 스캔과 혈액 검사 등 각종 치료를 받았습니다.
카미지 박사는 자신의 검사 결과를 직접 살펴보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한편, 검사를 받는 90일마다 운동이나 예술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90일 챌린지'를 통해 힘든 치료 기간을 견뎌나갔습니다.
이러한 치료 끝에 암세포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듯했지만, 지난 2월 CT 촬영 결과 오른쪽 흉곽 뒤 흉막에 암이 새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시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 그는 그럼에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치료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카미지 박사는 "평생 연구해온 질병과 싸우고 있는 것에 화가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돌봐왔던 환자들의 입장이 될 수 있어 나에게는 특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폐암 진단이 '종말'이나 사형 선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카미지 박사는 "폐암 전문가로서 폐암과 싸우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면서 "폐암 역시 만성질환처럼 관리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논의 방식이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