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고장 난 프롬프터와 에스컬레이터로 유엔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혀지 시간) 6년 만에 유엔총회장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습니다.
이날 그는 고장 난 자막기(프롬프터)에 대한 재치 있는 농담으로 청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문 폴더를 펼치며 "프롬프터로 연설하게 되는 것도 괜찮습니다.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렇게 하면 더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 프롬프터를 작동시키고 있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큰 곤경에 처했다고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가벼운 농담은 곧 유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2기 취임 이후 자신이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음에도 유엔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내가 유엔으로부터 받은 것은 올라가는 도중 한가운데서 멈춘 에스컬레이터와 고장 난 프롬프터뿐"이라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유엔의 비효율성과 부패 지적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항상 말해왔다. 적어도 현재는 그 잠재력에 근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그의 비판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 보도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유엔총회장에 도착했을 때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는 순간 작동이 중단되어 두 사람은 걸어서 올라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넘어지는 사고는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우발적인 사고를 유엔에 대한 비판과 연결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유엔본부 리모델링 입찰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유엔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조직으로 묘사했습니다.
통상 15분 안팎으로 권고되는 유엔총회 정상연설이 이날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세계 정상들과 대표단의 반응
멜라니아 여사는 차분한 표정으로 일반 방청석 앞줄에 앉아 남편의 연설을 지켜봤습니다.
미국 측 대표석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신임 주유엔 미국대사가 나란히 앉아 경청했습니다.
다음 날 연설이 예정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표단 좌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모습도 확인됐습니다.
백악관은 유엔총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대표석에 앉은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해 "지금 당장 인질을 석방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중국 측은 고위급 대표단이나 푸총 주유엔 중국대사 대신 겅솽 주유엔 차석대사가 참석했으며, 러시아 측에서는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연설을 지켜봤습니다.
러시아 대표단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유엔 총회장에서 다소 떨어진 뉴욕 시내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유엔총회장 인근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유엔본부 인근으로는 접근하지 못했고, 도로 점거 과정에서 1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