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역사의 파라오 유물, 금값으로 팔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금팔찌가 도난당해 금으로 녹여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8일 BBC와 CNN 등 외신은 이집트 내무부 발표를 인용해 수도 카이로의 대형 박물관에서 파라오의 금팔찌가 도난당한 후 녹여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도난당한 유물은 약 3000년 전 이집트 제3중간기, 기원전 993~984년에 재위했던 파라오 아메네모페의 금팔찌로, 청금석 구슬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이 귀중한 유물은 이집트 타니스 지역에서 파라오 프수센네스 1세의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아메네모페는 원래 무덤이 도굴당한 후 이곳에 재매장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행 과정과 충격적인 판매 금액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귀중한 유물은 지난 9일 이집트박물관 복원연구실 금고에서 사라졌습니다.
박물관의 복원 전문가가 이 유물을 빼돌려 상인에게 판매했고, 이후 카이로 보석 가게 밀집 지역의 한 공방과 금 제련업자 등을 거쳐 다른 물품들과 함께 금으로 녹여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도난 사실을 파악한 직후, 이집트 내 모든 항구와 공항, 국경 지점에 팔찌 이미지를 배포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당국은 용의자 4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미 금팔찌는 녹여져 판매된 상태였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범죄 수익이 고작 1만9400 이집트파운드(약 56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유물이 도난당한 후 경매에 내놓을 경우 수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범인들이 유물을 녹인 이유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타흐리르 광장에 위치한 이집트 박물관은 유명한 아메네모페 왕의 금 장례식 가면을 비롯해 17만점 이상의 귀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적인 박물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