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3년간 매달 현금 1천달러 줘봤다"... 기본소득 실험, 결과 어땠나 봤더니

기본소득 실험, 근로의욕 저하 결과 나타나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제안한 기본소득 실험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1000명은 2020년 10월부터 3년 동안 매달 1000달러(약 140만원)를 조건 없이 지급받았는데요.


오픈리서치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이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는 근로의욕 감소와 고용의 질 변화 부재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학자대회 오전 세션에서는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지원이 근로 의욕을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되었습니다.


패트릭 크라우스 오픈리서치 데이터 디렉터를 포함한 연구진은 올트먼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현금성 지원이 노동시장 참여율을 하락시키고 지원금을 제외한 노동소득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험은 저소득층 1000명에게 매달 1000달러를 무조건 지급하고, 비교군 2000명에게는 매달 50달러(약 7만원)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실험 결과, 실험군의 연간 총소득(지원금 제외)은 비교군보다 2000달러(약 280만원) 적었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3.9%포인트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근로시간은 주당 1~2시간 감소했으며, 배우자의 근로시간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여가 시간은 크게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이나 교육 투자, 삶의 질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노동 공급이 감소했지만 그 감소분이 다른 생산적 활동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내 기본소득 실험도 유사한 결과 보여


한국에서 시행된 '서울 디딤돌 소득' 시범사업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해당 사업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연구진은 기준 중위소득 50~85% 이하 가구 2076곳(대조군 포함 5000가구)을 대상으로 부족한 소득을 보조하고 최대 3년간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가구의 총소득은 증가했지만 지원금을 제외한 노동소득은 오히려 25% 감소했고, 고용률은 1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다만 식료품(5%)과 의료비(3%) 등 필수 지출은 증가해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으며, 특히 단기적으로는 정신 건강이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경우 자본 축적이 줄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니계수가 0.30에서 0.26으로 낮아져 불평등 완화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한편, 현금성 지원이 경제적 어려움과 불평등은 완화했지만 지원받은 대상자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임란 라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등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에서 진행된 현금 지원 실험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현지 농촌 1만5000가구에 620달러(약 86만원) 상당의 일회성 자산이나 동일 규모의 조건 없는 현금을 제공한 후 주민들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실험 결과, 가축 소유율은 16%포인트 상승하고 지출도 약 4% 증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은 "이 영향은 상당히 크고 지속적"이라며 "대부분 경제적 효과가 1년 이내에 나타나고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소비 불평등이 다양한 지표에서 측정 가능할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인식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과 불평등 완화에도 불구하고 수혜 가구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더 높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빈곤 완화 정책이 경제 현실은 바꿀 수 있지만 사회적 인식의 전환은 훨씬 더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