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일본보다 출산율 낮지만, 맞벌이 적은 한국... 전문가가 분석했더니

한국 30대 여성 경제활동, 자녀 교육 부담으로 주변국보다 낮아


한국 3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일본이나 대만 등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상의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도쿄대 세치야마 가쿠 총합문화연구과 교수는 2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아시아 브리프'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어머니의 역할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가쿠 교수가 한국, 일본, 대만 세 나라의 여성 고용률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20대에는 높은 고용률을 보이다가 30~40대에 급격히 하락하고 50대에 다시 상승하는 'M 커브 곡선' 형태를 나타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여성경제활동백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여성의 고용률은 25∼29세에 74.3%로 정점을 찍은 후, 30∼34세 71.3%, 35∼39세와 40∼44세에는 각각 64.7%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경력 단절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역할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고용률 격차 만들어


일본 역시 'M 커브 곡선'이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30~40대의 고용률 하락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가쿠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각각 1.3명, 0.8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아이가 적은 만큼 하락 폭도 작아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제공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이처럼 한국의 30~40대 여성 고용률이 출산율이 더 높은 일본보다도 낮은 이유에 대해 가쿠 교수는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는 '3세 신화'라 하여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여성들은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부모가 정신적 지지만 제공할 뿐 학습 지도는 학교나 학원이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머니의 역할이 자녀의 대학 입시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자녀의 해외 유학을 위해 어머니가 동행하고 아버지만 국내에 남는 '기러기 아빠' 같은 독특한 현상도 나타난다고 가쿠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30~40대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히 낮은 주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대만의 경우 'M 커브 곡선'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 역시 자녀 교육에 대한 문화적 인식 차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됩니다.


가쿠 교수는 "대만을 포함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사회에서는 '아이 곁에 반드시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30대는 가장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보육시설이나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면서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쿠 교수는 "대만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어머니 역할이 강조되지만, 그 역할의 내용과 지속 기간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국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육아 지원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