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불교계 성추문 스캔들, 고위급 승려들 무더기 연루
태국에서 유명 사찰의 주지를 비롯한 고위급 승려들을 유혹하여 은밀한 관계를 맺고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갈취한 여성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구의 90%가 불교 신자인 태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지난 15일 중부 논타부리주의 고급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위라완 엠사왓(35)을 갈취와 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위라완은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고위급 승려들을 표적으로 삼아 연애 관계를 시작한 후 이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송금받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위라완의 휴대전화 5대에서는 그녀가 여러 유명 사찰의 고승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 8만 건, 그리고 성관계를 맺고 이를 이용해 협박하고 갈취한 사실이 담긴 수많은 채팅 기록이 발견되었습니다.
승려들과의 부적절한 관계와 거액의 금품 갈취
위라완은 지난달 말 방콕의 한 유명 사찰 주지가 잠적했다가 이후 환속한 사건을 계기로 수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위라완은 내연 관계였던 이 주지에게 자신이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양육비 등으로 720만밧(약 3억70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주지가 이를 거절하자 위라완은 다른 승려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결국 해당 주지는 라오스로 도피했습니다.
또 다른 사찰의 60대 주지는 지난 2월 사찰 계좌에서 38만밧(약 1620만원), 개인 계좌에서 1280만밧(약 5억4700만원)을 각각 위라완에게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주지는 지난 14일 승려 생활을 그만두면서도 위라완과 사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위라완은 경찰 조사에서 "승려 9명과 성관계를 가졌고, 이 중 8명은 이후 환속했다"며 "승려 대부분이 금품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유혹하기도 쉬웠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위라완의 은행 계좌에는 지난 3년간 3억8500만 밧(약 164억원)이 입금되었으며, 위라완은 이 돈을 대부분 온라인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국 사회와 정부의 대응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주지와 원로 등 최소 9명이 승려 직에서 쫓겨났다고 밝히며,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승려를 신고할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상좌부 불교를 믿는 태국 불교의 계율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하며, 남성 승려는 여성은 물론 암컷 동물과의 접촉도 대죄(大罪)로 간주됩니다.
심지어 승려 본인의 어머니 등 가족이 건네주는 음식이나 물건을 만지는 행위마저 부정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태국에서 존경받는 계층인 승려들의 스캔들로 민심이 동요하자 태국 정부와 정치권은 수습에 나섰습니다.
품탐 웨차야차이 총리 권한대행은 이번 사건으로 타격받은 불교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 관련 당국에 사찰 재정 투명성 제고 등 승려와 사찰 관련 법 규정 강화를 검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태국 국회는 '승려와의 성관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법률 입안에 착수했으며, 태국 국왕 라마 10세는 승려 81명의 왕실 직위와 예우 경칭을 박탈하는 칙령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