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이시바 일본 총리와 첫 통화...한미일 협력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해외 정상과의 통화는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총리가 두 번째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중·일 순으로 통화한 것과 차별화되는 행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대화는 낮 12시부터 25분 정도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대통령 취임 축하에 사의를 표하고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환한 미소로 이시바 총리와 통화하는 모습도 공개했는데, 이는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정부부터 이어온 한일 협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뒤 가진 첫 브리핑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국가 정책을 개인적 신념이나 이런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관철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일 협력 공고화 의지 표명... 외교 기조 명확히
앞서 일본과 미국에서는 한국의 민주당 정권이 과거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이시바 총리와 먼저 우호적인 통화를 진행한 것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라는 외교 프레임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역대 정부들도 정세와 관계 밀착도를 고려해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 순서를 결정해 왔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일-중 순으로,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중-일 순으로 통화했다.
중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미국, 그다음 날 일본과 통화했으나 중국과는 2주 후에야 첫 소통을 했다.
'쎼쎼 외교' 논란 불식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동력 확보
이번 통화는 대선 유세 기간 중 나온 '쎼쎼(谢谢·고맙습니다)' 발언으로 촉발된 '친중' 논란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유세에서 "중국에도 '쎼쎼'하고 대만에도 '쎼쎼'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인가"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미 백악관은 지난 4일 이 대통령 당선 평가 과정에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언급하며 한국에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의 통화에 각별한 신경을 쓴 것은 미국의 의구심을 완화하는 동시에 오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 개선의 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조만간 만나자고 한 만큼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또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이어서 양국에서 관리 행사도 열릴 예정이고 양국 정상이 추가로 소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