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중심 진급 심사...특수 보직 병사들 불이익 가능성
육군이 최근 예하 부대에 병사 자동 진급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지침을 하달하면서 병사와 그 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전투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보직에 따라 진급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존 병사 진급은 일정 복무 기간과 평가를 기준으로 이뤄졌고, 기준 미달 시에도 최대 2개월 이내에서만 지연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개정된 군 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자동 진급' 조항이 사라졌다.
이후 육군은 지난 4월 병 인사관리 훈령을 재정비하면서, 진급이 누락된 일병도 전역하는 달의 첫날에는 상병으로, 전역 당일에는 병장으로 진급하도록 일정한 구제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으로 진급이 누락되는 사례가 실질적으로 발생할 수 있게 되면서 병사와 가족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윗몸일으키기·사격 기준 강화...일부 보직 병사 불리
진급 심사는 체력 평가와 병 기본평가(화생방, 사격 등), 지휘관의 정성 평가로 구성된다. 특히 체력 평가의 비중이 높은데, 상병 진급을 위해선 윗몸일으키기 70회(2분 기준), 팔굽혀펴기 56회 이상, 3㎞ 달리기 14분34초 이내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사격 역시 20발 중 14발 이상 명중해야 합격이다.
이로 인해 훈련 중 부상을 입었거나, 체력 단련 기회가 적은 취사병·운전병·영상감시병 등 일부 보직 병사들은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됐다. 실제로 한 병사는 "허리디스크 부상으로 윗몸일으키기가 금지됐는데, 한 항목이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진급이 불가능하다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후임 병사보다 계급이 낮아지는 이른바 '계급 역전' 현상도 우려된다. 그는 "관심병사, 폐급이라는 낙인이 따라붙을 수 있어 사기가 크게 꺾일 수 있다"고 했다.
청원과 항의 이어져...군은 "대부분 통과" 해명
지난달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자동 진급제 폐지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8일 기준 2만9천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일부 부모들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항의 메일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한 부모는 "상병·병장 월급을 줄이려는 꼼수 아니냐"며 "진급이 문제라면 훈련 강도를 높이면 되지, 행정적으로 누락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진급 심사는 체력 평가뿐 아니라 병영 생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며 "대다수 병사들은 기준을 통과하고, 계급 역전은 드물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병사 개개인의 상황과 보직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인 기준이 사기 저하나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진급제도 개편의 방향성과 의도는 이해하지만, 일선 병사와 가족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보다 세밀한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