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내려진 승소 판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107세 김한수 할아버지가 80년이라는 긴 세월 끝에 일본 기업으로부터 1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는(임은하 김용두 최성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9일 김 할아버지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1918년생인 김 할아버지는 고령으로 인한 거동 불편으로 선고 당일 법정에 출석하지 못했다. 그는 1944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미쓰비시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조선소에 강제동원되어 근무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2019년 4월 소송을 제기하며 "같은 인간으로 왜 그들(일제)한테 끌려가서 개나 돼지 대우도 못 받는 인간으로 살아야 했나, 이게 참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는 일제 강제징용의 비인간적 처우와 깊은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앞서 지난 2022년 2월, 1심 재판부는 김 할아버지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대법원의 2012년 파기환송 판결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였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2012년 파기환송 판결이 아닌, 해당 판결이 재상고를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된 2018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는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할아버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던 2018년 10월 30일로부터 3년이 경과되기 이전인 2019년 4월 4일에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23년 12월 일본 기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나온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일본기업 측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으며, 이후 하급심 법원은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