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대선 공보물 보신 분?"... 예산만 370억원 투입됐는데 뜯지도 않고 버려지는 '선거 공보물'

수백억 세금 투입되는 선거 공보물, 대부분 뜯지도 않고 버려져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 곳곳에서는 뜯지 않은 채 방치된 선거 공보물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선거 공보물이 실제로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효율적인 선거 정보 전달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에서 발송된 책자형 공보물은 약 2400만 부에 달하며, 전단형 공보물까지 포함하면 총 4700만 부가 제작됐다. 


이에 투입된 예산은 제20대 대선 기준 공보물 발송에만 320억 원이 소요됐으며, 이번 선거에는 약 370억 원이 편성됐다.


개봉조차 되지 않고 버려지는 공보물에 매 선거마다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환경 문제와 자원 낭비 심각... 전자식 공보물 도입 논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식 공보물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윤 의원은 "매 선거마다 막대한 규모의 선거 홍보물이 제작·배포되어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권자의 집마다 우편 발송되는 선거공보와 길거리에 게시되는 선거 벽보는 결국 쓰레기로 버려지게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제작된 선거공보는 총 5억 8000만 부로, 여의도 면적의 10배(29㎢)이자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는 길이(15만 6460㎞)에 달했다. 


또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제작된 선거벽보는 118만 부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1배(5만 855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선거공보·벽보 제작에 사용된 종이 무게만 1만 3534톤으로, 이는 30년 된 나무 23만 그루를 베어낸 수준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종이 공보물 영향력 감소, 디지털 정보 소비 증가


하지만 전자식 공보물 도입 법안은 '종이와 전자 공보물 간 발송 시기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제공 실현 가능성' 등의 논란 속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종이 선거 공보물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기간(2022년 2월 27~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522명 중 34.5%가 '지지 후보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로 '인터넷 및 SNS'를 꼽았다.


'TV·신문, 라디오 등 언론보도'와 '후보자 TV토론 및 방송연설'이 각각 34%, 24.8%로 뒤를 이었고, 정당 및 홍보자의 선거 홍보물은 고작 2.3%에 그쳤다.


현행법상 예비후보자홍보물이나 선거공보는 우편 발송 외에 다른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후보자들이 친환경 선거를 치르고자 해도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해 종이 선거 공보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