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많은 시민들이 심리적 트라우마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5분께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운행 중이던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내부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승객 400여 명이 열차 문을 열고 긴급 대피했으며, 이 과정에서 21명이 연기 흡입, 찰과상 등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연기 흡입으로 통증을 호소한 130명은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다행히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에게는 깊은 심리적 상처를 남겼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하철을 타는 순간 사람들 소지품부터 보게 되고, 조금만 소리가 나도 예민해져요" 사고 당시 열차 안에 있었던 뮤지컬 배우 김 모(24)씨는 사건 이튿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불안감을 토로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지하철 운행이 재개되자 열차에 다시 탑승해 이동했다.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어 지하철을 다시 탔지만, 두려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다음날 출근길에는 결국 30분 이상 더 소요되는 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차내 방송을 들은 적도 없고, 시민 판단으로 수동으로 문을 열어 탈출했다. 저는 너무 놀랐는데 응급처치만 하고 가버린 뒤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잠도 못 자고 악몽을 꿔 정신과를 가보려 한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는 화재 당시 기관사가 안내방송을 했으나 열차 내가 너무 소란스러운 상황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고 이후 많은 승객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어 적절한 심리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방화 사건 당시 열차 내에 탑승하고 있었던 시민들은 "당분간 지하철을 타기 힘들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형 사고 이후에는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심리 상담과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 따르면, 재난 경험자의 약 10~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할 수 있으며, 초기 심리 지원이 장기적인 정신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편 경찰은 사고 당일인 31일 오전 9시 45분경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 원 모 씨를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가져 불을 지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