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심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8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20대 여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모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범행 당시 충동성, 자기 조절 문제, 우울 등으로 판단력이 일부 손상된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설사 심신미약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임의적 감경 사유로, 여러 사정을 고려해 감경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씨의 범행 인정과 약물로 인한 일부 판단력 손상 가능성, 벌금형을 초과한 전과가 없다는 점은 고려했으나, 약물 운전의 위험성과 무면허 상태에서의 운전 행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약물 운전은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해할 수 있는 위험한 범행"이라며, "피고인은 면허를 딴 사실이 없고 차량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데 약물 운전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첫 교통사고 후 도주했고 강남도로에서 두 번째 사고를 냈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김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고 당시 약물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정신 감정을 신청했다.
올해 1월 열린 첫 공판에서 김 씨의 변호인은 "사고 당시 피고인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김 씨 본인도 "약물로 인해 판단이 흐려진 점 죄송하다"고 말했다.
재판에 제출된 차량 블랙박스와 도로 CCTV 영상에는 김 씨가 유모차를 끄는 여성과 여러 차량을 치고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운전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사고 후에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자신의 부모와 친척에게 전화해 "무면허다", "사람을 쳤다", "경찰에 신고 못 하겠다", "(차량) 10대 박았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사고 당시 그가 치료 목적으로 향정신성 신경 안정제인 클로나제팜을 복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경찰 송치 단계에서 적용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 대신 특가법상 약물 운전에 따른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김 씨도 경찰 조사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진술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 김 씨의 혈액에서 정신과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2일 오후 1시 42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입구 사거리부터 강남역 12번 출구로 향하는 테헤란로까지 운전하며 차량 6대를 들이받고, 이후 역주행하며 오토바이 1대와 부딪혀 8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또한 2차 사고 전인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4세 남아가 탄 유아차를 밀던 3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나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총 11명이 다쳤으며, 이 중 한 명은 전치 12주에 해당하는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