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6차로 무단횡단 사망사고, 운전자에게 무죄 선고*
인천지방법원이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차로 치어 사망케 한 50대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제한속도 초과가 경미했고 사고 회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점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25일 인천지법 형사10단독 황윤철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59)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 27일 오후 11시 53분경 인천 서구의 왕복 6차로 도로에서 SUV를 운전하던 중 무단횡단하던 B 씨(52)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상황과 법원의 판단*
사고 당시 A 씨는 제한속도 시속 50km 구간을 시속 57.6km로 주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정도의 속도 초과는 경미한 수준이며, 설령 제한속도를 준수했더라도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시점부터 충격까지 거리는 21.5m로, 제한속도대로 운전했다 해도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다"며 "왕복 6차로 중 3차로에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예견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사고 당시의 환경적 요인도 고려했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된 반대편 차량 불빛에 의한 시야 방해 가능성과 피해자가 어두운 색 상의를 입고 있어 야간에 식별이 어려웠던 정황도 무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교통사고 형사책임의 법적 기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도 모든 경우에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사고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여러 판례를 통해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 도로의 구조와 상황, 당시 기상 조건, 차량의 속도, 운전자가 취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 판결은 무단횡단이라는 보행자의 중대한 과실과 운전자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유사 사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보행자 안전과 교통문화 개선의 필요성*
이번 사건은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약 30%가 무단횡단 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전문가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는 횡단보도와 육교, 지하도 등 안전한 횡단시설을 이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며 "특히 야간에는 밝은 색상의 옷을 입거나 반사재를 부착하는 등의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