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토트넘 홋스퍼가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 역사의 새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는 이번 결승전은 손흥민에게 프로 커리어 첫 클럽 트로피를 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대결은 EPL 소속 팀들 간의 맞대결로, 두 팀 모두 리그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37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맨유는 16위, 토트넘은 1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유로파리그 우승이 유일한 희망이 된 상황이다.
유로파리그(전신 UEFA컵 포함)는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무대다.
이미 세 명의 한국인이 이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손흥민이 정상에 오른다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 쾌거가 된다.
그 시작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이었다.
1970~80년대 세계 축구의 변방이던 시절,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UEFA컵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다.
1979-1980시즌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1987-1988시즌에는 레버쿠젠에서 다시 한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레버쿠젠 시절 결승전은 드라마틱했다.
당시 홈&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결승에서 레버쿠젠은 스페인 에스파뇰과 맞붙어 원정 1차전을 0-3으로 패했다. 그러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는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결정적인 3번째 골이 차범근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후 레버쿠젠은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8년, 러시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뛰던 이호와 김동진이 동시에 UEFA컵 우승을 경험했다.
이들은 UEFA컵이 유로파리그로 명칭을 바꾸기 전 마지막 시즌에 레인저스(스코틀랜드)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당시 제니트의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아드보카트였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한 손흥민은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지만, 클럽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그의 유일한 우승 경험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호 일원으로 획득한 금메달이 전부다.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성적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리그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면서 "최악의 시즌을 트로피와 바꾸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 손흥민은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 유로파리그로 명칭이 바뀐 이후로는 첫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는 그가 '무관의 한'을 풀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