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상 성인, 노후 돌봄 기대는 가족보다 요양보호사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들은 고령이나 질병이 닥쳤을 때 가족보다 요양보호사에게 의지하겠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4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30일 실시한 '지역사회 돌봄 인식과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가 '요양보호사가 돌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배우자가 돌볼 것'이라는 응답이 35%, '스스로 나를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21%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자녀가 돌봐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통적인 가족 중심 돌봄 문화에서 사회적 돌봄 체계로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자의 돌봄 기대에서는 성별 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남성의 49%는 '내가 아프면 아내가 나를 돌볼 것'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22%만이 '내가 아프면 남편이 나를 돌볼 것'이라고 응답해 그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독사 우려와 지역사회 돌봄 환경의 현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8%(기혼자 52%·미혼 87%)가 '고독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며, 10%는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혼자들의 고독사 우려가 기혼자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이웃과의 교류 상황을 보면, '자주 교류하는 이웃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그쳤다.
39%는 '이웃과 가끔 인사만 나눈다', 27%는 '특별한 교류는 없고 얼굴은 안다'고 답해 지역사회 내 관계망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응답자의 40%가 '긴급 상황 시 가족 외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선호하는 돌봄 장소로는 '현재 살고 있는 집'(47%)이나 '살던 지역 내 돌봄받기 좋은 집'(32%) 등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받기를 원하는 비율이 약 80%에 달했다.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원은 각각 7%에 그쳤다.
임종 장소로도 '자택'이 48%로 가장 높았으나, 실제 예상 임종 장소로는 종합병원(29%)과 요양병원(25%)이 높게 나타나 희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돌봄 서비스 개선과 공공성 강화 요구
응답자의 64%는 '노인·장애인 돌봄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거주 지역 내 노인돌봄 서비스가 잘 제공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가장 지원이 필요한 서비스로는 '건강관리·의료'(61%)가, 우선으로 갖춰야 할 서비스로는 '가정방문 돌봄'(71%)이 각각 가장 많이 선택됐다.
노인돌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는 '자부담 경감'(42%)이 꼽혔으며, 돌봄 서비스의 책임 주체로는 '국가'라는 응답이 85%로 압도적이었다. 노인돌봄 정책의 중요 가치로도 '공공성'(51%)이 가장 많이 선택됐고, 노인돌봄을 위한 세금 지출 증가에 85%가 찬성해 돌봄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는 응답자의 41%가 '거주지역 내 병원 이용 시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노년기 돌봄을 위한 거주지 개선 사항으로도 '병원'이라는 응답(36%)이 가장 높았다. 또한 응답자의 93%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임종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가족과 상의하겠다'는 비율이 각각 44%로 동일하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