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23일(월)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잇는 부담감에 MC 거절했던 최수종... 고두심 이 말에 용기 얻어 수락


배우 최수종(62)이 KBS '한국인의 밥상'의 새 MC로서 한국의 밥상 문화를 기록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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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충남 공주 계룡산 인근 마을에서 만난 그는 "불과 여섯 번 정도 촬영했는데, 이 경험만으로도 지금껏 읽은 책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며 진행자로서의 소감을 전했다.


2011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한국인의 밥상'은 14년 3개월간 최불암이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최수종은 이 상징적인 자리를 이어받아 매주 수요일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전국 각지를 누비며 촬영하고, 목요일에는 서울에서 내레이션 녹음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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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이틀을 온전히 이 프로그램에 쏟고 있는 그는 "체력적으로 쉽진 않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최불암의 뒤를 잇는 부담감에 "못하겠다"고 했던 최수종은 내레이션을 맡았던 고두심의 "그냥 너답게 어른들께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면, 최수종의 한국인의 밥상이 될 거야"라는 조언에 용기를 얻었다. 그는 "한국이라는 타이틀이 들어가는 우리나라 대표 프로그램 MC를 맡는다는 건 큰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공주에서의 촬영은 부부의 날을 기념한 특집으로, 도예가 부부 이이우(60)·정재경(56) 씨가 출연했다. 이들은 "최수종 씨 팬이라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이목구비가 진하고 선이 굵은 미남 스타일"이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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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은 "어르신부터 초등학생까지 반겨주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현장에서 그는 단순한 진행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촬영 구도나 질문 흐름에 대해 제작진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출연자 부부의 소울푸드인 웅어 손질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선희돈 PD는 "촬영이 막힐 때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빠르게 촬영 현장 정리를 도와주신다"며 "이전보다 동적인 장면을 많이 넣게 되면서 그림이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웅어회 무침을 처음 맛본 최수종은 "멸치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한국인의 밥상'을 하면서 전국의 별미를 맛보는 행운을 누린다"고 웃었다.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여행하듯 산다는 부부 이야기에 최수종은 "나도 하희라 씨 몰래 오토바이를 탔었다"고 고백했다. "모 기업에서 새로 만든 오토바이라고 선물을 줘서, 차 트렁크에 헬멧이랑 옷을 숨겨 놓고 몇 번 타다가 하희라 씨에게 딱 걸렸다"며 "그 뒤로는 바로 처분했고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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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3년 차의 비법으로 그는 "아내가 싫어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 부부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두 우주의 만남이라서, 평생을 맞춰가야 한다. 서로를 마냥 귀엽게 여기고 예뻐하며 잘 지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정적인 면모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배운 것으로, "빨간 날은 언제나 '남자들의 날'이었다. 엄마와 누나는 쉬고, 나와 남동생 그리고 아버지가 부엌일을 비롯한 가사 담당을 하는 가풍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후 3시 공주에서 시작한 녹화는 해가 떨어진 오후 7시 무렵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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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전 군산 촬영까지 14시간 이상을 밖에 있었던 최수종은 "이런 날도 있고, 빨리 끝나는 날도 있다"며 "촬영이 늦어지면 나보다 스태프들이 더 곤란할 거라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장에서 배려하고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이순재 선생님께 배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순 책임프로듀서는 "최불암 선생님이 아버지와 같았다면, 최수종 씨는 다정한 남편, 이웃집 형이나 동생과 같은 존재"라며 "출연자가 가진 삶의 희로애락에 깊게 공감하면서 벌써 눈물을 3~4차례 흘렸다"고 전했다.


최수종은 "출연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삶과도 닿는 지점이 있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면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며 "이렇게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연기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최수종은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배우에서 진행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지만, 그의 진정성과 따뜻한 인간미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