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빠지는 이유가 스트레스나 유전, 호르몬 변화가 아닌 '성병'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부분적으로 듬성듬성 빠지는 '나방 먹은(moth-eaten)' 형태의 탈모는 2기 매독의 특징적 증상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선(The Sun)의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약국 '케미스트 클릭'의 수석 약사 아바스 카나니는 "머리, 수염, 눈썹 등의 부분적 탈모가 매독의 징후일 수 있다"며 "이는 '매독성 탈모(Syphilitic Alopecia)'라는 드문 증상으로, 흔히 알려진 원형탈모증이나 스트레스성 탈모와 혼동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매독성 탈모는 주로 2기 매독 단계에서 발생하며, 비흉터성 탈모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형태로는 여러 곳에 흩어진 작은 원형 탈모 반점인 '나방 먹은 탈모', 두피 전체에서 균일하게 머리숱이 줄어드는 '확산성 탈모',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탈모 형태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형 탈모' 등이 있다.
이러한 탈모는 원형탈모증, 강박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트리코틸로마니아, 스트레스나 약물, 호르몬 변화로 인한 텔로겐 탈모증과 임상적으로 유사해 오진될 가능성이 높다.
아바스 약사는 "매독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둠에 대한 면역반응 또는 그 자체의 존재가 모발 성장 주기를 멈추게 하고, 모낭에 변형을 일으켜 털이 끊기거나 빠지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독은 구강, 항문, 질 성교 등 성 접촉이나 임신 중 태반을 통해 감염되며, 감염 후 3주 이상 지나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각이 어려울 수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증상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해 '증상이 없으면 괜찮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매독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생식기, 항문, 입 등 점막 부위에 생기는 통증 없는 궤양, 손바닥과 발바닥, 몸통 전체에 나타나는 가렵지 않은 발진, 입안의 흰 반점, 회색 사마귀 형태의 병변, 피로와 발열, 림프절 종창 등 독감 유사 증상 등이 있다.
매독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수년 후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치료받지 않은 매독 환자는 대동맥류,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뇌졸중, 발작 등 중추신경계 장애, 청력 상실, 시각 상실 등을 겪을 수 있다.
현재 매독은 전 세계적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약 800만 명의 성인이 매독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2024년 2분기 동안 잉글랜드에서만 2,300건의 전염성 매독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탈모 증상이 기존과 다르게 나타나거나, 새로운 성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성병 검사를 꼭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돔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매독을 포함한 성병 예방의 핵심이며, 성인용 도구는 반드시 세척하는 등 위생에 주의하고 감염자와 치료 전 관계를 피해야 한다.
매독이 의심되면 가까운 성 건강 클리닉이나 병·의원을 방문해 정확한 검진과 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 완료 전까지 성관계를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