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침팬지들이 약용식물을 활용해 자신과 동료의 상처를 치료하는 놀라운 행동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학술지 '진화 및 생태 첨단연구(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는 침팬지들이 약초 잎으로 상처를 문지르거나 두드리고, 약용식물을 씹어서 상처에 발라주는 등 고도의 의료 행위를 수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연구팀은 우간다 부동고 보호구역 현장사무소(BCFS)에서 30여 년간 '손소(Sonso)'와 '와이비라(Waibira)' 침팬지 집단을 관찰한 기록과 영상을 분석했다.
여기에 추가로 4개월씩 2차례에 걸친 현장연구를 통해 침팬지들의 행동을 근거리에서 직접 관찰했다.
연구 결과, 침팬지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의 상처와 동료의 상처를 치료하거나 위생을 관리하는 다양한 행동을 보였다.
지난 2021년 10월 13일에는 왼쪽 무릎을 다친 손소 무리의 수컷 미성년 개체가 아칼리파라는 아열대 식물의 잎사귀를 떼어 씹은 후 상처 부위에 바르거나 문지르는 모습이 관찰됐다.
또 암컷과 교미 후 생식기를 잎사귀로 닦는 사례, 배변 후 잎사귀로 뒤처리를 하는 등 위생 관리를 하는 경우도 관찰됐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침팬지들이 친족관계가 아닌 개체들에게도 치료 행위를 베푼다는 사실이다.
올무에 걸려 상처를 입은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의 도움을 받아 올무에서 벗어난 사례도 기록됐다. 이는 침팬지 사회에서 이타적 행동이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지난 1993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표준 프로토콜에 따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침팬지들이 상처 치료에 사용하는 구체적인 식물 종을 파악하고 목록으로 작성해 약리적 분석과 연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엘로디 프레이먼 박사는 "동물들은 서로를 돕는다. 도움이 필요한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수백만 년 전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공통조상들도 이러한 사회적·이타적 치료행위를 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