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6일(월)

"죄송합니다! 조금만 놀게요"... 운동회 소음 '민원' 들어올까 봐 사과부터 하는 요즘 초등학생들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모래를 휘날리며 질주한 뒤 손등에 받은 보라색 도장,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구령대 그늘에서 먹던 초콜릿 맛 쭈쭈바 아이스크림. 흙냄새가 밴 추억들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푸른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 초등학교서는 이러한 기억과 경험을 오늘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선물하기 위한 운동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운동회 시작에 앞서 아파트 단지를 향해 돌아서서 사과부터 해야 했다.


Instagram 'super_tiger_'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영상에 따르면 아이들은 초등학교 운동장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북적거렸던 과거와 달리, 이날 운동회에는 저학년인 1학년과 2학년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학부모, 조부모 등 어른도 찾아보기 어려워 텅 빈 운동장이 더더욱 허전해 보였다.


운동장 한쪽에 모인 아이들은 진행자의 선창에 따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 감사합니다"라며 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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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는 아이들에게 "(목소리) 더 크게 (사과하자)"며 사과를 재차 유도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공유한 누리꾼은 "운동회는 좀 하게 해주자. 초등학교 운동회에 그렇게 민원이 들어온다더라"면서 "아파트 단지 쪽으로 뒤돌아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시작하는 운동회가 참 씁쓸하다"라고 적었다.


이어 "노래 한 곡 틀지 않고 마이크 볼륨도 높이지 않은 채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40분 동안 운동회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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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00명 내외라 그렇게 소란스럽지도 않았다"며 "이 영상 속 인사 소리가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아이 키우며 사는 게 죄인이 된 것 같은 요즘, 최대한 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려고 부모들도 노력 중이니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 다들 운동회 추억 하나쯤 있지 않느냐", "참 못난 어른들이다", "아파트에 운동회 협조문까지 붙어있더라. 애들 소리에 언제 이렇게 야박했나"라는 등 자정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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