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저 수광이예요. 갑자기 제 목소리가 들려서 놀라셨죠?"
기내에 울려 퍼진 그리운 그 목소리에 승객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근 소방청과 티웨이항공이 순직 소방관 부모님들을 위한 특별한 마음치유 여행을 진행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지난 14일 소방청 공식 SNS에는 '소방관 부모님들이 기내식 먹다가 눈물 쏟은 사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사가현으로 떠난 마음치유 여행은 지난해 1월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진압 활동 중 순직한 故 김수광 소방장의 아버지 김종희 씨와 어머니 이보경 씨를 포함해 총 10가족 17명의 부모님이 참여했다.
특히 이 여행에서는 기술의 힘으로 되살아난 아들의 목소리가 부모님들의 가슴을 울렸다.
일본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비행기가 이륙하자 기내에서는 안전을 당부하는 안내방송과 함께 한 소방관이 부모님께 전하는 음성편지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들려온 "엄마! 아빠! 잘 지내셨어요? 저 수광이예요"라는 음성은 지난해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의 복원된 목소리였다.
이 음성편지는 LG유플러스의 기술 지원으로 지난해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故 김수광 소방장의 음성을 복원해 제작됐다.
음성편지에서 김 소방장은 "제가 가족의 곁을 떠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네요. 제가 떠난 후로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많았어요. 아마 지금 엄마 아빠의 곁에 계신 다른 소방관의 부모님들도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계실 거예요"라며 "하지만 엄마, 아빠! 그리고 제 동료 소방관들의 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용감했던 소방관이었잖아요. 오랜만의 여행이니까 자식들 생각은 잊으시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다 오세요. 부모님들의 눈부신 외출이 더 눈부시도록 마음의 짐도 내려놓으세요"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엄마, 아빠! 보이지 않아도 저는 늘 곁에 있어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라며 편지를 마쳤다.
1년여 만에 아들의 밝은 목소리를 들은 김수광 소방장의 어머니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같은 아픔을 가진 다른 부모님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기내에 있던 다른 승객들은 박수를 치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 공항에 도착한 후 가족들은 또 한 번 놀라운 만남을 경험했다.
故 김수광 소방장과 함께 근무했던 양영수 소방경(경북소방본부 구미소방서 옥계119안전센터장)이 우연히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후배의 목소리를 들은 양 소방경은 "비행 내내 함께 울었다. 이렇게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부모님의 두 손을 꼭 잡고 끌어안았다. 이 순간은 슬픔을 나누는 소방 가족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뜻깊은 장면이었다.
소방청은 지난 14일 이 감동적인 순간을 담은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통합 10만 조회수를 내다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횡단보도 신호 기다리다 갑자기 눈물이 흘러서 사연 있는 사람이 됐다", "엄마! 아빠! 하자마자 눈물이 났다"며 댓글로 공감을 표했다. 또한 "소방관분들 응원한다", "부디 그곳에선 평안하시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기술의 발전은 이런 곳에 쓰라고 있는 것! 이런 이벤트 기획하고 영상 제작해 주셔서 감사하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소방청의 '순직자 부모님 마음치유여행: 눈부신 외출'은 2023년 티웨이항공과 유가족 비영리법인 (사)소방가족희망나눔의 후원으로 처음 시작된 프로젝트다.
같은 아픔을 가진 순직 소방대원의 부모님들이 서로 유대감을 쌓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매년 이어오고 있다.
순직 소방관 부모님들의 따뜻한 여행 이야기를 담은 '2025 눈부신 외출' 전체 이야기는 오는 6월 소방청 공식 유튜브 채널 '소방청T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따뜻한 위로와 공동체의 치유 과정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