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6일(월)

유엔 "한국 내 중국인 혐오 심각한 수준 이르러"... 공식 우려 표명

| 유엔, 한국 내 중국인 혐오 표현 증가에 공식 우려 표명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을 비롯한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에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9일 발표된 '대한민국 제20-22차 정기심의에 대한 최종 견해'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한국에서 이주민, 난민신청자, 중국계 등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에 대한 제20·21·22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가 개최됐다고 1일 밝혔다.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뉴스1


인종차별철폐협약은 한국이 가입한 첫 인권 국제협약으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협약 가입국을 대상으로 협약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심의하고 있다.


한국은 1978년 8월 해당 협약에 가입한 이후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왔으며, 이번 정기 심의는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진행됐다.


| 한국 내 다양한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 심각성 지적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무슬림, 이주노동자, 탈북자 등에 대한 차별 수준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시의 모스크 건립에 대한 저항과 관련하여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 발언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구금하고 위협하며 그러한 학대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단체에 대한 보고에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이러한 혐오 표현과 차별로부터 효과적인 보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1


"인종차별적 증오 표현을 명시적으로 범죄화하는 조항이 여전히 법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인종차별범죄가 명예훼손 또는 모욕과 같은 일반 형사 범죄로만 분류되고 기록되어 통계가 수집되지 않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가중 처벌하는 형법 개정, 정치인·공인의 혐오 발언 조사·처벌, 이주민·난민 편견 해소를 위한 공공 교육 캠페인 실시, 온라인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강화를 권고했다.


| 반중 정서의 확산과 물리적 충돌 사례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반중 정서가 확산되며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한 인터넷 매체 기고에서 '중국인 해커 부대 90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 침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중국의 선거 개입' 음모론이 확산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GettyimagesKorea


또한 지난 2월에는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가 주한 중국대사관 난입을 시도했으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 참가자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욕을 해보라'며 사상 검증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광진구 양꼬치 골목에서 반중 시위를 하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인 점원과 몸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외교부는 이번 유엔의 경고에 대해 대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지난 1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우리 정부가 인종차별 철폐 및 외국인 권리 증진을 위해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기울인 노력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인종차별철폐위의 관련 질의에 성실히 답변했다"며 "외교부는 향후 관계부처들과 함께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향후 정부가 관련 노력을 강화해나감에 있어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공동 성명을 내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유엔차별철폐위 권고는 지난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이어 14번째 유엔 조약기구의 권고"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 사회의 심화되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으로 나아갈 출발점이라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일치된 의견이다. 더는 제정을 미룰 어떤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