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하다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과속 운전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해석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9단독 고영식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일 오후 5시50분께 대전 유성구의 왕복 6차로 도로를 주행하던 중 무단횡단하던 80대 B씨를 차량으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제한속도 시속 50km를 30km 초과한 시속 약 80km로 주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법원은 과속 행위와 사망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횡단보도 노면 표시가 없었고,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보행자의 갑작스러운 무단횡단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법원은 운전자에게 무단횡단과 같은 이례적인 상황까지 예상하며 전방좌우를 살펴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판사는 판결문에서 "과속한 점은 인정되나 피해자가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다 발생한 사건으로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몰 이후 전반적으로 어두운 상태였고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어 무단횡단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한속도를 준수했다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