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강으로 매년 약 8500톤의 항생제가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40가지 주요 항생제 2만9200톤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스트레일리아 맥길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전 세계 900여개 강(총 길이 2380만km)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생제인 아목시실린이 이미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고했다. 현재의 폐수 시스템은 항생제 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병원과 가정에서 버려지는 항생제가 지속적으로 강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사람이 복용한 항생제의 30~90%가 다시 몸 밖으로 배출되어 수질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항생제 사용량 증가와 부실한 폐수 처리가 겹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농도가 가장 높은 강의 47%가 인도, 중국, 파키스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에 오염된 강 인근에 살고 있는 인구는 약 7억5천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가 항생제 누적 농도가 가장 높은 상위 1%의 표층수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를 주도한 헬로이사 에할트 마세도 박사후연구원은 "개별 항생제의 잔류량은 농도가 매우 낮아 탐지하기 어렵지만, 농도가 낮더라도 만성적으로 유입되면 인간 건강과 수생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저널 랜싯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간 70만 명에 이른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유엔이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구에서 추정한 수치에는 가축 농장이나 제약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항생제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짐 니셀 교수는 "그럼에도 이런 수치가 나온 것은 사람에게 쓰는 항생제만으로도 강의 항생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항생제에 의한 하천 오염 방지를 위해 감시 프로그램 구축이 가장 중요하며, 반드시 폐수 처리 시설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