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6일(월)

불침번 근무 중 화장실서 성행위한 군인들... 1·2심 무죄→ 대법원 유죄, 왜?


대법원이 군인들의 근무 중이나 생활관 내 합의된 성적 행위에 대해서도 군기 훼손으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동성 군인 간 사적 공간에서의 합의된 성관계를 무조건 처벌해선 안 된다는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이후 구체적인 처벌 기준이 제시된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형법상 추행죄로 기소된 전직 군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4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충남 논산의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7월 군인 B씨와 휴식 시간에 격리 생활관에서, 같은 해 9월 불침번을 설 때 막사 내 화장실에서 함께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군형법 92조의6(추행)을 적용했다. 핵심 쟁점은 두 사람의 성적 행위가 군형법상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과거 법원은 남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나 접촉이 적발되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해왔다. 이 사건의 1심에서도 A씨에게 징역 4개월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2022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합의하에 성행위를 한 남성 군인들에게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면서 판례에 변화가 생겼다. 이에 따라 2심은 2022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격리 생활관에서 따로 생활하면서 근무 시간이 아닌 때 이뤄져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불침번 중 행위에 대해서도 "근무 시간은 맞지만,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화장실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다. 임무 수행에 지장을 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면서도, 상명하복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 등 군조직의 특성을 유지해야 하는 장소와 상황이라면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생활관은 군사 훈련 내지 집단적 단체 생활의 일부로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이고, 불침번 근무 중인 군인은 엄연히 군사적 필요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인 상태"라며 "A씨와 B씨의 행위가 근무 시간이 아닌 때 이뤄지거나, 외부와 단절된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만 주목해 군기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본 2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