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앞에서 주머니에 손 넣고도 '무탈'했던 '김정은의 최측근' 조용원이 두 달 가까이 자취를 감추면서, 그의 신상에 이상 징후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최측근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것과 관련해 신상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조용원과 리일환(당 선전비서)이 최근까지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어 신상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조용원 비서가 북한 매체에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달 1일 지방공업공장 착공식이었다. 주목할 점은 그가 북한의 국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 15일)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권력 서열 상위권에 있는 인물이 주요 국가행사에 불참한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조용원은 김정은의 최측근에서 활동했는데, 벌써 두 달 가까이 활동이 없다는 상황 자체가 개인적인 신상 문제가 아니라면 좀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조용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고위층 내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다른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해임과 강등, 복권을 번갈아 경험하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달리, 조용원은 단 한 번도 출세가도에서 밀린 적이 없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김정은의 수해 복구 현장 방문 수행 당시 김정은 앞에서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리일환 당 선전비서 역시 올해 1월 2일 김 총비서가 노력혁신자 및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공개 행보에 동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북한 매체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이처럼 당 비서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현상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당 비서들 및 고위 간부들에 대한 당 차원의 검열이 진행 중이며, 이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열 결과에 따라 경질이나 근신 등의 조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MBN은 정보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용원의 신상에는 아직 문제가 없지만, 권력에서 배제돼 처벌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용원의 여동생이 외제차 등 뇌물을 받았고, 아들은 마약 등 일탈 행위가 적발됐다. 조용원 본인도 뇌물 수수와 이권 개입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고위층의 갑작스러운 공개활동 중단은 과거에도 숙청이나 좌천의 신호탄으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2013년 장성택 처형,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등 북한 고위층의 숙청 사례에서도 공개석상 불참이 선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