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한 가운데, 그가 생전 한국과 맺었던 각별한 인연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교황은 2014년 8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한국을 방문했다. 브라질, 이스라엘에 이어 그의 재위 기간 중 세 번째 방문국 한국을 찾았다.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한국을 찾은 두 번째 교황이 됐다.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꽃동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 마주하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원도 잊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한 모습은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방탄 리무진 대신 한국 브랜드 기아의 소형차 '쏘울'을 선택해 이동했다.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가까이하기 위해 작은 급의 한국차를 '포프모빌'(교황의 차량)로 타고 싶다는 뜻을 직접 전달했다.
바티칸 교황 전용 차량 번호판 'SCV 1'이 달린 쏘울 뒷좌석에서 시민들에게 환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교황의 애정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23년 9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순방 중 싱가포르에서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의전 차량으로 선택해 이목을 끌었다.
흰색 아이오닉5 창문을 열고 싱가포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한국을 향한 교황의 관심은 이어졌다. 올해 봄 경북 지역 산불 확산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이 한국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생명의 위협과 피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희생자들의 영혼을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시며,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인사 정책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인 추기경 총 4명 중 절반인 2명이 그의 재위 기간에 임명됐다.
염수정(82) 안드레아 추기경(2014년 서임)과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2022년 서임)이 그들이다.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의 측근으로 꼽힌다. 2023년 9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한국 최초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설치된 것은 유 추기경의 노력과 교황의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만들어낸 결실로 평가된다.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교회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마지막까지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하고 방한을 약속했었다.
이 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모이는 주요 행사로, 서울대교구는 2027년 대회에 40만~8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