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아내 헤일리 브룩 와이스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찾아 한국의 아픈 역사와 깊은 정신을 배우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되새긴 진심 어린 기록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헤일리는 20일 인스타그램에 독립기념관을 다녀온 후의 소회를 전하며, '겨레의 탑'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역사 내내 이어져온 한국인의 꺾이지 않는 정신과 독립, 자유, 통일, 번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상징하는 곳"이라며 감동을 표현했다.
헤일리는 "한국이 일본에 점령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 시기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로 '문화적 말살', '강제 노역 및 전쟁 범죄', 그리고 '한국인의 용감한 저항'을 꼽았다. "일본 정부는 한국 학교에서 한국어 사용을 금지했고, 일본식 이름을 강요했다. 정체성을 뿌리째 지우려 했다"고 설명한 헤일리는 "모국어를 썼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사람들,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든 비밀 교육 기관들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수천 명의 한국인이 강제노역에 동원되었고, 위안부로 끌려간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를 다룬 전시물 앞에서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나치조차 일본의 행동에 경악했다는 점이었다"며 "당시 아시아 주재 독일 외교관들이 일본의 만행을 '비인간적이고 끔찍하다'고 묘사했다는 기록이 있었다"고 전했다.
헤일리는 "요약하자면, 일본은 군사, 법,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한국을 체계적으로 지배했고, 이로 인한 트라우마는 지금까지도 깊이 남아 있다"며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혀 배우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건 단순히 과거를 배우는 게 아니다.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독립기념관 방문이 자신에게 준 울림을 진중하게 정리했다.
헤일리는 지난해 남편 와이스와 함께 한국에 처음 발을 들였고, 입국 직후부터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을 SNS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당시 그녀는 "도시는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음식이 훌륭하다",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고 멋지다", "와이파이가 빠르고 어디서든 잘 잡힌다"는 등 한국의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남겨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라이언 와이스는 지난해 6월,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리카르도 산체스를 대신해 한화와 6주 계약을 맺고 KBO 무대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의 성실한 자세와 안정적인 피칭은 단기간에 팬들의 신뢰를 얻었고, 구단 역시 그해 11월 정식 재계약을 결정하며 2024시즌에도 선발 투수로 중용하고 있다.
한화는 와이스를 포함해 문동주, 폰세, 류현진, 엄상백까지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최근 7연승을 기록 중이다. 특히 13일 문동주부터 시작된 7경기 연속 선발승 기록은 2위 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함께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외국인 부부. 헤일리 와이스가 보여준 진정성 있는 한국 역사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한국 야구와 팬심의 경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