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가 지난해 민방위 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연을 공개하며 장애인 행정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인 유튜버 박찬종(35) 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CJ PARK'에 '다리를 절단했는데 민방위 통지서가 날아왔다'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박씨는 민방위 소집통지서를 받고 왼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채 교육장으로 향했다.
그는 의족을 착용한 채 민방위 교육장으로 향하며 "장애인 등록할 때 정말 많은 서류에 서명하는데, 서명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자동차세 할인은 구청 세무과로 가라고 하고 전기 요금 할인은 한전에 하라고 하고 도시가스 할인은 도시가스에 하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혜택 같은 거는 전부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더라"며 "국방의 의무도 출생신고만 하면 영장은 자동으로 나오지만, 장애인 등록을 해도 민방위를 오라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2022년 9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5톤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예비군 훈련이 1회 남아있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민방위 훈련만 받게 됐다고.
더욱 당혹스러웠던 것은 교육장의 환경이었다.
박씨는 "심지어 (민방위 교육장 측에서) 주차공간도 없어 걸어오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교육장은 지하에 위치했으나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그는 계단을 힘겹게 내려가야 했다. 의족은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어렵다고.
현장에서 박씨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교육장 관계자로부터 "장애등급을 받았으면 주민센터에 가서 장애인 증명서를 내고 민방위 편성 제외 신청을 하면 된다"라는 안내를 받은 것.
결국 그는 다시 주민센터를 찾아가 편성 제외를 신청해야 했다.
박씨는 "어차피 주민센터에서 하는 건데, 장애인 등록할 때 한 번에 신청하면 집에 민방위 통지서가 날아오는 불상사는 없지 않느냐. 그런데 주민센터에서도 '이건 원래 따로 신청해야 된다'고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젊은 남자가 장애인 등록하면 예비군이나 민방위 편성 제외도 같이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해 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의 설명에서 지난해 해당 영상을 만든 후 잊어버렸다가 게재했다고 밝힌 박씨는 "비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오던 사람이 어느 날 장애를 얻어 주민센터에 가서 장애인 등록을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도 그렇게 즐거운 순간일 리 없다. 용기 내서 등록하고 왔는데 나중에 현역 입대, 예비군, 민방위 통지서가 날아온다면 또 한 번 마음을 뒤흔들게 되지 않겠나. 우리나라 행정이 조금만 더 섬세하게 국민의 마음을 다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