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충격적인 정자 기증 스캔들이 드러났다. 단 85명의 정자 기증자로부터 수천 명의 아이가 태어난 사실이 밝혀져 전국적인 근친 교배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14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 정자를 제공해 25명 이상의 아버지가 된 남성들이 85명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산부인과학회(NVOG)는 최근 발표를 통해 최소 85명의 남성이 '대량 기증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량 기증자'란 한 사람이 25명 이상의 자녀를 갖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들 대량 기증자 대부분은 26~40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두었으며, 일부는 50~75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대량 기증자 중 최소 10명이 불임 전문 의사였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 윤리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안으로,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NVOG는 네덜란드 내 불임 클리닉들이 수십 년간 정자 기증 절차의 엄격한 규칙을 위반해 왔다고 인정했다.
일부 클리닉에서는 고의로 같은 기증자의 정자를 여러 번 사용했으며, 기증자 몰래 또는 서류 절차를 건너뛰고 정자를 교환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한 사람이 여러 클리닉에 정자를 중복으로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
마리케 슈넨베르크 NVOG 대표는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대량 기증자가 없었어야 정상"이라며 "직종을 대표해 사과하고 싶다. 저희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스티칭 도너킨드' 재단의 티에스 반 더 미어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의료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네덜란드에는 25명 이상의 이복형제자매가 있는 사람이 최소 300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네덜란드 총인구가 약 1747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가장 유명한 대량 기증자는 지금까지 550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확인된 조너선 마이어(43)다. 그는 유튜버이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그 남자에겐 1000명의 자식이 있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확인된 숫자만 550명이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마이어는 2007년 25살 때부터 정자를 기증해 왔으며, 2017년 기준 최소 102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2023년 네덜란드 법원은 그에게 기증을 중단하고 이를 위반하면 건당 10만 유로(약 1억 619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라고 선고했다. 또한 당시 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그의 정자 샘플을 모두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마이어는 해외에서 정자 기증을 계속했으며, 그중에는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덴마크의 정자은행도 포함됐다.
마이어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불만을 표했으며, 대부분의 가족들이 자신을 알고 있고 만족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